"며칠 전 올해 일본의 신인문학상인 아쿠다가와 상을 75세의 여성이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 분에 비해서 저에게는 글을 쓸 시간이 더 길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소설 부문 당선자 윤지완)
"오늘의 이 상을 장식장이 아닌 제 심장에 진열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직하게 심장의 두근거림을 따라가겠습니다. 이것은 계획이 아니라 맹세입니다."(희곡 부문 당선자 김성제)
수상 소감은 달랐지만, 수상자들의 기쁨과 떨림은 같았다. 2013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9일 오후 서울 중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은 5개 부문별 당선자인 이정훈(46ㆍ시) 윤지완(본명 윤선영, 41ㆍ소설) 김성제(46ㆍ희곡) 한광일(48ㆍ동시) 이미례(53ㆍ동화)씨에게 각각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작가로 새 출발하는 이들을 축하했다. 또한 1955년 제 1회 한국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호평을 받았던 박맹호(79) 민음사 회장을 명예 당선자로 선정, 상패를 수여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심사위원을 대표한 축사에서 "축하드린다고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정말 또 멀쩡한 재능을 고생길로 불러들인다는 생각이 있다. 작가는 자기 존재를 바쳐야 하는 지극히 고달픈 직업이다"며 "오늘 충만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당선자들이 초심을 버리지 않고 60, 70까지 정진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선자들은 심사위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작품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화물 트레일러 운전기사여서 화제가 된 시 당선자 이정훈씨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문예이론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는 '꽝'이다. 그러나 시의 얼굴이 즐겁기만 하다. 매일 뜨는 해와 달처럼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파주 지산초등학교 교사인 한광일씨는 "심사위원들께 나중에라도 '물건 하나 제대로 골랐다'는 만족감을 드릴 수 있도록, 좋은 작품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각오를, 순천 왕조초등학교 교사인 이미례씨는 "나 자신을 경계하고 격려하면서 세상의 아이들이 품고 있는 빛깔과 향기, 그 이야기로 채워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응모 58년 만에 명예당선자가 된 박맹호 회장은 "소설가의 길을 걷는 대신 소설가를 발굴하고 그들과 함께 한국 문학을 건설하는 일로 평생을 살았지만 마음 한쪽이 늘 허전했다. 오늘 이 자리로 그간의 아쉬움이 모두 씻기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평생을 문학과 함께하며 반세기 넘게 책을 만들어 온 제가 볼 때, 문학은 결코 죽을 수 없다"며 "평생을 그래 왔듯이, 여생 또한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그러고도 기회가 닿고 힘이 남으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 김승옥 씨를 비롯해 이번 심사를 맡았던 시인 황지우 최승호 남진우 함민복씨, 소설가 이승우 최인석 하성란씨, 아동문학 평론가 원종찬씨,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씨, 극작가 최치언씨, 연출가 박정희씨 등 100여명이 참석해 당선자들의 등단을 축하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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