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보급 불상 2점을 훔쳐 국내로 반입해 이를 팔려던 문화재 원정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은 29일 일본의 한 신사에 보관 중이던 통일신라~고려시대 불상 2점을 훔쳐 판매하려 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문화재 원정 절도단 총책 김모(69)씨를 구속하고 장모(52)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를 훔치고 운반하는데 도움을 준 김모(65)씨 등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 6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 가이진(海神)신사의 지붕 기와를 뜯어내고 안에 있던 금동여래입상(일본국가지정문화재)을 훔쳤다. 이들은 또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관음보살좌상(현지정문화재)과 다쿠즈즈다마 신사의 대장경(현지정문화재)을 잇따라 훔쳤다. 금동여래입상은 1974년 감정평가금액만 1억엔 대로 현 시가로 100억원이 넘는다.
김씨 등은 훔친 불상 2점을 사건 당일 후쿠오카발 부산항 여객선을 이용해 국내로 들여와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밟았다. 이들 불상은 국보급 문화재였지만 국내 반입은 어렵지 않았다. 부산세관 통관과정에서 이뤄진 문화재감정에서 이들 불상을 '100년이 안된 위조 골동품'으로 잘못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세관에 파견된 문화재감정관들은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감시하고 반입품은 관세부과 대상 여부만을 판별할 뿐"이라며"당시 이들 불상은 녹이 슬어있는 등 단기간에 진위 감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짜 골동품이 일본에서 도난 당한 국보급 문화재로 판명된 것은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나 일본 정부가 이들 불상의 도난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려오면서부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수사에 착수해 지난 22일 김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수한 금동여래 입상은 면모와 의습(衣褶)상 통일신라시대 불상이 확실하며, 관음보살좌상은 불상내 결연문에 충남 서산 부석사라는 안치장소와 제작시기(1330년) 등이 적혀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경찰과 문화재청은 내달 4일 일본 문화재 전문가들이 입국, 회수된 불상들에 대한 감정작업을 거쳐 도난품으로 확인될 경우 국제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문화재 보호법과 국제 조약에 따르면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는 출처 당사국의 요청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불상이 국내에서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반환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불법반출 여부를 우리가 입증해야 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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