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하는 국민연금개편방안을 밝힌 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일정 금액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아온 가입자들에게는 오히려 손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박 당선인은 28일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고 국민연금에 가입된 분들은 기초부분이 20만원에 못미치는 만큼 재정으로 채워주겠다"고 국민연금 개편안의 윤곽을 밝혔다. 이 방식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가 없었던 현 세대 노인(약 404만명)과, 국민연금 가입자 중 월 20만원 이하를 받는 저소득층의 빈곤을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월 20만원 이상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온 연금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ㆍ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은 29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모든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10%인 20만원을 '추가적'으로 지급해 전체노인의 연금액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입자들이 손에 쥐는 국민연금액의 절반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균등부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개인소득의 평균(소득비례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초노령연금을 폐지하는 대신 균등부분을 기초연금화하고, 나머지는 소득비례연금으로 돌리겠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복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월 20만원 미만인 가입자들은 그 차액만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인 가입자에 대한 지원책은 없어 문제가 된다.
가령 현재 국민연금 2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10만원을 합쳐 30만원을 받는 가입자의 경우 바뀐 제도에서 기초연금 20만원과, 국민연금의 50%에 해당하는 소득비례연금 10만원을 받아 전체 연금액이 보존된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 5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10만원 등 60만원을 받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 균등부분은 25만원으로 기초연금(20만원)을 초과해 아무런 지원도 못 받는 대신 현재 받고 있는 노령연금은 폐지돼 전체 연금액이 50만원으로 10만원 줄어든다. 오랫동안 많은 액수의 보험료를 낸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경우, 국민연금 액수가 20만원이 넘으면 손해를 보도록 돼있다. 현재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령자(268만명) 중 월 20만원 이상을 받는 수령자가 153만명(57%)으로 절반을 넘는다. 인수위도 이런 가입자들의 손해를 어떻게 보전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07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를 낮추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가 결국 저소득계층을 위한 공공부조제도로 바뀌는 셈이라고 보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 점점 더 국민연금의 균등부분이 20만원을 넘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의 연금에 20만원씩 추가되기를 기대했던 가입자들에게 이 계획은 명백한 공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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