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서 영양실조에 걸린 세 자매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한 다가구주택 반지하 월세방 문을 열고 들어간 모 교회 목사 부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김모(18)양의 거동이 이상해 찾아간 방안은 한겨울인데도 난방을 하지 않아 냉기가 뼛속까지 파고 들었다. 피골이 상접한 둘째(17)는 간질 증세에다 허리디스크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역시 바싹 마른 막내(14)는 대퇴부 골절과 하반신 마비로 거동조차 불편했다. A씨의 신고로 뒤이어 달려온 고양시청 관계자와 경찰도 세 자매의 현실에 경악했다.
28일 고양시와 고양경찰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 자매는 지방에서 일하는 친부(47)와 5~6년 간 떨어져 지내면서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했다. 친부는 최소 2년 간 단 한차례도 자녀들을 찾아오지 않았고, 친부의 부탁을 받은 동거녀(49)도 마찬가지였다.
부인과 이혼 뒤 지방을 전전하며 노동일을 하는 친부는 세 자매를 돌보도록 매달 80만원을 보냈지만 동거녀는 월세 23만원과 생활비 15만원만 송금했다. 세 자매에게는 ‘난방 하지 말라’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동거녀는 주거지 없이 고양시내 식당에서 일을 하며 찜질방 등에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치된 세 자매는 이 기간 동안 난방용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첫째는 고등학교 진학을 못했고, 둘째는 중학교 2학년을 중퇴했다. 막내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내내 방안에서 앓아 누워있었다. 뒤늦게 시의 도움으로 둘째와 셋째는 지난 23일 8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병세가 위중한 셋째는 1년 이상 휠체어를 타야 할 상황이다.
고양시는 이날 친부와 동거녀를 아동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시관계자는 “아이들이 외부로 나오지 않아 이런 상황을 미처 알 수 없었다”며 “세 자매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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