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 수익 4인가족 가장 "월 20만원 올려주겠다" 이직 제의 단번에 거절 기초생활보장 남는게 유리3세 아들 둔 워킹맘올해부터 양육 수당 받고 다니던 직장 그만두자 육아 도우미도 일자리 잃어
4인 가족 가장인 환경미화원 A씨. 월 150만원을 받고 있는데, 최근 월급을 20만원 더 올려준다는 조건의 이직(移職) 제의를 단번에 거절했다. 월급 인상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4인 가족ㆍ월 154만원)에서 제외될 경우의 금전적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워킹 맘'이던 B씨는 올해부터 유아 양육수당(월 20만원)이 지급되자 직장을 그만뒀다. 만 3세 아들을 도우미에게 맡기는 대신, 직접 키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육수당 20만원이 직장 여성 2명(B씨와 도우미)의 일자리를 없앤 것이다.
대기업ㆍ정규직 근로자 위주로 짜여진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부처간 조율 없이 비체계적으로 집행되면서 막대한 재정누수와 함께 빈곤의 고착화, 여성고용률 저하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복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추진 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총 500만명에 달하지만, 핵심 복지전달 체계인 기초생활보장제는 공식 근로관계로 소득이 파악되는 150만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장기 미취업자, 영세기업 근로자 등 빈곤층 3분의 2는 사각 지대에 방치돼 상위 계층으로의 진입 기회 자체가 봉쇄된 것이다. 한편 정부 지원을 받는 3분의 1 계층도 또 다른 이유로 빈곤층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에게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서 빈곤 탈출을 위한 구직이 오히려 경제적 궁핍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상 사례로 언급한 A씨의 경우 이직하면 소득은 연 240만원 오르지만 ▲자녀 방과후 무료 수강권(연 30만원)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1인당 연 344만원) ▲급식비(1인당 45만원) ▲임대주택(시세 대비 30% 낮은 조건) ▲가스ㆍ전기ㆍ난방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각 부처가 내놓은 복지정책들이 상호 조율 없이 확대되면서 취약층의 계층 상향이동을 장려하는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복지정책 수립 과정에서 노ㆍ사ㆍ정 협의체나 정치권 의견 수렴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경우 대기업이나 대형 노조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의 해고자나 계열 비정규직과 관련된 이슈에만 집중하게 돼, 이들의 관심 바깥에 놓인 미취업자와 간헐적 근로자, 영세사업체 근로자 상황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노동시장과의 결합도가 극히 낮거나, 아예 없는 인구 집단을 포괄하도록 국가가 직접 관장해야 할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속 가능한 복지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로를 통한 복지확대'라는 원칙이 중요한데 오히려 복지정책이 직업을 그만두게 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80%) 대비 훨씬 낮은 여성 고용률(30%)을 끌어 올리는 것이 시급한데, 양육수당 인상으로 자칫 어린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취업 유인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부처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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