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자 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단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이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데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는데도 형 집행을 면제받고 풀려나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선이 따갑다. 특히 최 전 위원장과 천 전 회장은 각각 징역 2년6월, 2년을 선고받았지만 각각 형기의 31%와 47%만 채운 시점에서 사면을 받아 형기의 3분의2 이상을 복역한 수감자를 대상으로 사면을 해주던 관행과도 크게 어긋난다.
더구나 이들이 지난달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데는 이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면은 형 확정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두 사람이 상고를 포기하고 항소심 선고로 형량을 확정한 것은 특별사면을 미리 염두에 둔 꼼수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측근과 친이계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도 논란이다. 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6인회'의 핵심 멤버이자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상고를 포기해 일찌감치 사면 대상으로 꼽혔다. 박 전 의장은 특별사면 및 복권됨으로써 돈봉투 사건의 멍에를 벗고 면죄부를 손에 쥐게 됐다.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박 전 의장과 함께 기소됐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특사의 수혜자가 됐다.
월간조선 편집장 시절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을 보도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김연광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도 특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X파일 보도로 김 전 비서관과 함께 유죄가 확정된 이상호 MBC 기자는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광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현경병 전 의원 등 친이계로 분류되는 여당 정치인들도 특별복권돼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서갑원, 김종률, 우제항 전 의원 등 특별복권된 야당 정치인들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측근 정치인들을 복권시키기 위한 '끼워넣기' 성격이 짙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여권 원로 정치인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재벌그룹 일가 중에서 유일하게 사면 대상이 된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데, 효성 일가는 이 대통령과 사돈 관계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이 이 대통령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 대통령의 주요 친인척은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조 사장은 포함돼 도대체 원칙이 뭐냐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사장은 법적으로 이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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