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외로워도 부를 수 없고, 품에 안길 수도 없게 돼버린 소중한 사람, 저는 죽고 싶을 때마다 그 사람에게 말했어요, 왜 나는 안 데려 갔냐고,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엔 너무 힘들다고 제발 나 좀 데려가 달라고."
지난 26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지하철4호선 이수역 만남의 광장에 '너는 알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생소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대학생 8명은 한파의 날씨 속에서도 잇따라 창작곡 8곡을 불렀다.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목소리에 실린 가사는 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노래패는 서울YMCA 대학생클럽 '솔깃'. '솔직한 이야기가 깃든 노래'란 의미다. 클럽명이 나타내 듯 유난히 현실적이고 귀에 콕콕 박히는 가사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너는 알 수 없는 이야기'에는 대학 입학을 앞둔 구리여고 3학년 김재림(19)양이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녹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를 잃은 김양은 세상을 떠나고 싶을 정도의 슬픔을 겪었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을 존재가 필요했던 김양에게 솔깃이 다가왔다. 인터넷으로 노랫말을 공모한 솔깃은 슬픔으로 가득 찬 소녀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 김양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날 두고 먼저 떠난 어머니를 원망했다"며 "내 사연으로 만든 노래를 들으면 눈물도 나지만 한편으로는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다른 노래들에도 기성세대는 무심코 흘려버리는 청소년의 현실이 오롯이 담겼다. 서투르지만 순수한 10대의 첫사랑을 노래한 '텅 빈 자전거', 청소년기에 특히 민감한 외모콤플렉스를 풀어낸 '나를 사랑하는 방법', 학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내용의 '이상하다' 등. 모두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사 공모를 거쳐 나온 노랫말이다.
솔깃은 2009년 당시 고교생이었던 신재윤(22ㆍ연세대 경영학과)씨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중가요 주 소비자는 청소년이지만 정작 그들이 주인공인 노래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청소년의 삶과 고민은 성인과는 결이 다르고, 그들의 사랑도 성인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성인들의 삶을 따라 부르는 게 신씨는 못마땅했다. 그래서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일을 벌였지만 음악적 지식이 부족했고 연습장소나 공연장 섭외, 음반제작 등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고민 끝에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서울YMCA를 찾아갔다. 결국 취지에 공감한 YMCA의 도움으로 지난 2011년 9월 솔깃이 탄생했다. 신씨는 "현실에 기반한 노래를 청소년들에게 주고 싶었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솔깃은 지난해 1기생 35명이 1년간의 활동을 마쳤고, 현재 2기생 35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기획부터 공연까지 모든 단계를 스스로 했다. 1기는 150여 편의 사연 공모로 8곡을 만들어 음반까지 제작했다. 음반 판매금과 지난해 8월 콘서트로 모은 200여 만원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는 다음달 2일 서울YMCA 본관에서 일일카페를 연다. 수익금으로 올 8월에 콘서트를 열고, 콘서트 수익금은 또 기부할 계획이다. 솔깃 회원 신현학(25ㆍ경희대 전자전파학)씨는 "신곡이 나오면 더 많은 공연을 열고, 청소년들에게는 노래를 가르쳐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능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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