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신뢰 프로세스'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잖은 문제점이 있으므로 새 정부는 현실성 있는 대북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28일 평화문제연구소(이사장 현경대)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주최한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통일외교 비전' 세미나 발제문에서 "신뢰 프로세스는 이론상ㆍ관념적으로는 그럴듯하다"면서 "하지만 국가 이익이 교차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주의 독재국가인 북한 체제에는 적용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그 배경으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은 대통령직인수위 담당 위원의 사퇴로 공약과 현실 간 조율이 미진한 상황"이라며 "비전과 기조, 정책과 전략 사이의 유기적 조합이 미흡하고 이를 달성할 법적ㆍ제도적 장치에 대한 검토도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자문단으로 활동한 유 교수는 박 당선인이 '신뢰'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북한 지도부를 움직이는 힘은 신뢰가 아닌 냉철한 계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경우 전혀 새로운 대북 정책 구상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한은 구조적으로 신뢰 부재 상태"라며 "성과에 욕심내지 않으면서 우리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류 교수는 "차기 정부의 현실적 기대치는 분단의 평화적 관리와 남북한 신뢰 형성까지"라며 "다음 단계인 비핵화에 집착해 긴장을 조성하기 보다 점진적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으로 대북 정책 공약 마련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당선인의 핵심 외교안보 공약인 한미중 전략대화에 대해 "북한 문제를 의제로 중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먼저 제안하고 북한이 거부할 때 이를 명분 삼아 제안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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