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큰 정치하려면 민주당에 입당해야… 문재인·안철수 복귀는 아직 일러
계파주의 때문에 패배… 민주당 위기 극복 위해선 단일지도체제가 바람직
같은 공약 함께 입법화… 국정 파트너 인정해줘야… 지도자 연석회의 참석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당분간 정치적 행보에 나서면 안 된다"며 "두 사람은 (대선 패배에 대한) 무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안 전 후보에 대해 "(대선 패배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될 입장"이라며 "'네 탓, 내 탓' 하면서 딴 살림을 차리면 지지해 준 사람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민주당 입당을 권유했다. 최근 안 전 후보의 일부 측근들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론이 제기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된 문 위원장은 "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계파 패권주의를 없애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계파 패권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계파가 아니라 계파주의다. 우리 계파가 당권 잡아야 되고, 그 당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횡하고 독점하고 공천권도 나눠먹고, 그러면 당이 망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 싸움을 하다가 대장이 없는 선거를 치렀다. 배우는 있는데 감독이 없는, 이상한 선거였다. 이번에 전국을 돌면서 지지자들을 만나 보니까 다들 계파 싸움을 좀 그만 하라고 혼내더라. 그게 불신을 가져와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
-계파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지금 민주당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일지도체제가 옳다. 2월 1일 워크샵을 열어서 당의 노선, 차기 대표 임기, 지도체제 방식 등 여러 쟁점을 놓고 토론을 벌여서 결론을 낼 것이다."
-모바일 투표도 중요한 쟁점이다. 비주류 측은 모바일 투표가 당심(黨心)을 왜곡시킨다면서 폐지를 주장하는데.
"모바일 자체야 무슨 죄가 있느냐. 직접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모바일 투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은 일부 기계적 결함과 불신이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면 모바일처럼 편리한 게 어디 있겠느냐. 문제는 합의다. 하지만 어떤 룰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신이 생긴다. 그러면 백약이 무효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와 달리,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선 국민 참여 비중을 낮추면 모바일 관련 유불리 시비가 붙지 않을 것이다. 대의원, 당원, 권리당원의 경우 이미 명단이 다 있기 때문에 마구 끌어올 수가 없다. 합의될 것으로 본다."
-대선 평가와 관련해 앞으로 중도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
"민주당의 토대는 중산층과 서민이다. 그런데 선거 시기에는 중도층을 확장해야 이긴다는 게 상식이다. 중도층은 계층으로 보면 중산층, 지역은 수도권, 세대로 보면 40~50대다. 이번 대선에서 이 부분을 놓쳤다. 전략 부재였다. 새누리당이 중도를 선점해버리고, 우리는 점점 좌로 밀리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측에 부딪쳤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이게 뭐야 그러면서 헷갈려 버린 것이다. "
-최근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입당을 권유했는데.
"안 전 후보 주변에선 새로운 밭을 개간하자고 부추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근데 앞으로 큰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 그런 말을 따르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60년 전통이란 명분이 있다. 아무리 망해도 문패가 있다. 그걸 마다하고 자기가 새로 개척한다는 게 간단하게 아니다. 문전옥답이 소출이 적다고 외면하고 벼랑 끝에서 새로 텃밭을 개간하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
-안 전 후보가 바로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안 전 후보가 입당할 뜻이 있다면 빨리 들어올수록 좋다. 여기가 어려운 위기 상황이니까 그렇다. 이럴 때 와서 소출을 늘리고, 국민의 지지를 올리면 자기 지분이 생긴다. 여기가 망하기만 기다리면 결국 우리도, 안 전 후보도 다 망하게 된다. "
-최근 새 정부 발목잡기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다 야성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발목잡기, 트집잡기, 딴죽걸기는 안 된다. 앞으로 성숙한 야당이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이 견제해야 권력도 부패하지 않는다. 여도 야도 없다. 제발 좀 싸움하지 말라는 게 국민 목소리이다. 그렇다고 또 2중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야합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신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에 참여할 것인가.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사진 찍고 밥 먹으러 오라는 식이면 안 간다. 계속 국정을 함께 논의할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또 구체적 어젠다를 갖고 만나야 한다. 우리는 이미 제안했다. 대선공약 실천위원회를 만들어서, 같은 공약을 함께 입법화하자고 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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