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사면 실시 여부를 놓고 치열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적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박 당선인 측은 국민 여론에 반(反)하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거듭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신구정권의 정면 충돌 가능성 마저 제기되는 등 양측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사면 반대로 지지도 반전 꾀해
박 당선인은 대선 이후 이 대통령을 배려하며 비교적 조용한 모드를 유지해 왔다. 그런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특별사면권을 행사하는 데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은 것은 다소 이례적이란 평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28일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인 알선수재로 각각 실형을 받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회장 등의 정권 말 특별사면에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면서 "특별사면권이 정권 실세들을 위한 특혜로 사용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소신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사면은 생계형 범죄 등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친인척과 측근, 재벌 총수 등의 비리와 중대 범죄 등에 대한 특별사면 제한을 공약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침묵할 경우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받는데다, 현정부의 사면으로 인한 역풍이 자칫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면 반대 여론이 우세한 점을 감안해 박 당선인이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지명 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셈법이 들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임기 내 확실히 털고 가자'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의 공개적인 반대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을 강행하려는 데에는 '임기 내 매듭지을 건 확실히 짓고 가자'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소 비판을 받더라도 이번 특사가 아니면 측근들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특사 단행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특사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면서 부담이 줄었다는 점도 특사 강행의 한 이유다.
그리고 이제 와서 특사를 포기할 경우 정치적 체면만 구길 뿐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판단도 들어 있는 듯 하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특사가 준비되고 언론에 거론된 게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그만두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청와대 측은 이날 박 당선인의 사면 반대 주장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법과 원칙에 따라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박 당선인 측에 비공식적으로 대응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새 정부가 출범전이니까 여론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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