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구 용신동 동아제약 본사 7층 강당. 주총 시작 1시간 전부터 주주들과 동아제약 임직원들로 실내엔 앉을 자리가 없었다. ‘박카스 분할’을 놓고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치열한 갈등을 빚었고, 이례적으로 국민연금까지 가세했던 터라 세간의 시선은 온통 이날 주총결과에 쏠려 있었다.
주총 시작 후 동아제약측은 ‘회사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안건을 상정했다.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를 신설해 그 밑에 ▦전문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에스티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아제약(비상장)을 두는 것이 골자다.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간판인 박카스 사업을 분할해 비상장법인에 두는 이 안이 통과되면 일반주주들의 지배력이 축소되고 오너2세로 편법상속이나 매각이 가능해진다며 강력 반대해왔다.
예상대로 주주간 설전이 이어졌다. 소액주주 운동모임인 네비스탁측 인사는 “박카스 같이 실질적 이득이 있는 사업에서 소액주주들이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얼마든지 헐값매각이 가능해) 그 자체로 비경제적 가치의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주총 승인을 얻어야만 매각이 가능하도록 보안장치를 마련했다. 여기에 사외이사 권한을 강화하는 등 2중 보안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득했다.
기존 동아제약 주식을 동아쏘시오홀딩스(0.37)와 동아에스티(0.63)로 분할하는 비율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소액주주가 “법인세법상 적격분할요건에 어긋나면 50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의문을 제기하자 사측은 “현재 일반의약품 대 전문의약품 매출액 비율은 분할비율과 비슷한 35대 65정도여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가 오너 지분율 확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김 사장은 “발언기회를 드리지 않았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방은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결국 안건은 찬성 73.8%, 반대 17.2%로 통과됐다. 대주주측 압승이었다. 9.5%의 지분을 가진 3대 주주 국민연금이 소액주주편에 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소액주주측은 “동아제약이 표에서는 이겼을지 모르나 명분에서 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정관변경안건 가운데 지주사 신주발행 물량제한(20% 이내)을 없애 우호 지분에 신주를 대량 배정하려던 회사의 계획은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편까지는 동의하지만 오너일가가 신주를 대량 발행해 한꺼번에 회사를 장악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측은 이날 주총에서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주식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의결권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결과에 따라 기존 동아제약 주식은 2월27일부터 4월 11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4월12일에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로 각각 변경상장 및 재상장된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