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 정도가 우려됐을 뿐, 비교적 무난한 인사로 보였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장ㆍ차남의 병역면제 및 재산형성 과정 등과 관련해 당시의 관행 정도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정황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심히 걱정스럽다. 당초 "책임총리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겠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던 민주당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방위 철저검증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새누리당에서도 달라지는 여론의 기류를 살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인수위원회나 총리실 측이 즉각적인 해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병역이나 재산형성 따위는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뿐더러, 또 가장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말로는 "당연히 검증했다"고 하지만, 총리실 측이 뒤늦게 의혹별 해명순위를 정하고 관련자료 확보에 착수했다는 것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설혹 검증을 했다고 하면 명백히 부실이고 안 했다면 박근혜 당선인 측의 인사시스템, 나아가 전반적인 국정 운영능력 전체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당선인 측은 첫 인사인 대변인 선정서부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역시 세심한 검증과정이 생략됐던 때문으로 보인다. 낙마 위기에 처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도 청와대의 요청에 별 숙고 없이 배려 차원의 동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선인 측이 국가운영의 핵심인 인사를 너무 가볍게 보거나, 또는 근본적으로 잘못 다루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매 정권마다 본격적인 정책을 펴보기도 전에 인사에 발목을 잡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 이른바 '고소영' 인사서부터 국민의 기대가 한풀 꺾였다. 곧 새 정부의 조각(組閣)도 이뤄질 것이다. 이런 식의 소홀한 인사검증이 내각 인선으로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 김용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의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당장 부실한 인사시스템이 크게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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