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역사로 꼽히는 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1조원이던 자본금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고 사무실 임대료와 비품비 등 운영자금도 제 때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다음달 직원들 인건비도 끊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주요 주주들이 증자 등 사업 회생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어 용산 개발사업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2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집행기구인 용산역세권개발㈜(AMC)에 따르면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자(드림허브)의 자본금 잔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 사업 추진 당시 조성한 자본금 1조원을 거의 다 까먹은 것이다. 사무실 임대료 등 이달 운영비 14억원을 지급하지 못했고, 다음달 직원 인건비 9억원도 지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코레일이 소유한 철도기지창 부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2차분 59억원(납부시한 2월 15일)도 체납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금이 사실상 바닥 난 상황에서 체임과 체불, 체납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부도를 막기 위한 자금수혈 대책은 요원하다.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는 전환사채(CB) 발행 건을 논의하려면 이사회 개최가 필수적이지만, 사업 주도권과 사업성 판단을 놓고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극한 대립을 보여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드림허브는 불과 40여일 뒤인 3월 12일 돌아오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3억원을 갚지 못하면 부도를 맞는다.
현재 코레일은 CB 발행에 출자사 60% 이상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 상태인 부동산경기와 대주주 간 갈등으로 사업 영속성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민간 출자사인 건설업체 및 재무적 투자자들의 CB 발행 참여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롯데관광개발 측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이 민간 출자사들에게 돌려줘야 할 토지대금(기납부금) 중 잔여금 196억원과 기간이자(돈을 낸 시점부터 돌려받을 때까지 발생하는 이자) 잔여금 2,877억원 등 총 3,073억원을 담보로 ABCP를 발행, 긴급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민간 출자사들이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마지막 가용자산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코레일에 토지에 대한 미래청산자산 잔여분 3,000여 억원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반환확약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이번 ABCP 발행에 성공하면 3월 12일 돌아오는 ABCP 이자 53억원과 밀린 해외설계비 103억원 등을 지급해 사업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게 롯데관광개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부정적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그간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들이 추가 자금 부담에 난색을 표하며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등을 활용해 가장 큰 운영자금을 떠안았다"며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자금 지원을 계속하다가 사업이 무산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라고 반문했다. 부도 시한은 점점 다가오는데 자금마련 방법은 오리무중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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