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국내외 경기가 최근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도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절름발이 회복'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의 온기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수출에서 내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발표되는 국내외 경기지표들이 잇따라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CLI)다. 지난 15일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1월 CLI는 100.71로 전월의 100.53보다 0.18포인트 상승, 7개월 연속 100을 넘어섰다. 4~6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CLI는 100 이상에서 오르면 경기가 확장하는 상태, 내려가면 하강하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도 희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존주택판매가 전년 대비 9.2% 증가한 연 465만 채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7.9%로 2년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재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발맞춰 국내 경제수장들도 잇따라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22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경기 회복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문제는 내수다. 국내 시장의 체감 경기는 아직 '한파'를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3, 4분기 연속 99를 기록,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100) 밑으로 내려갔다. 이달 4~20일 주요 백화점의 올해 첫 세일에서 롯데와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신세계는 10.2%, 갤러리아는 8.5% 떨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중소제조업체 1,325개를 대상으로 2월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가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82.2를 기록,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영 한양대학교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는 2008년 이후 장기간 불황이 지속된 가운데 나타난 약한 반등으로 침체된 내수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하지만 모처럼 잇따르고 있는 대내외 경기 회복조짐을 내수 경기 활성화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많다. 오석태 SC은행 상무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를 예상하는데 이는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예산을 집행했을 때야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영 한양대학교 교수는 "내수 부양을 위해선 올해 예산 규모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새 정부 출범 직후 5조원 정도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현정부 경제팀은 추경 편성보다 예산의 72%를 상반기에 집중 배정하는 재정조기집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정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일자리와 서민층 생활안정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벌이는 등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 위주로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 하반기에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정책이 주로 내수부양에 맞춰진다면 재정과 통화정책 등을 동원한 정책이 상반기 중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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