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주장과 근거 사이의 논리적 연계가 충실해야 한다. 자기 주장에 관한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고 그 근거와 주장 사이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야 좋은 글로 평가 받을 수 있다. 단순한 주장의 반복이나, 연관성 없는 근거의 나열에 그친다면 논증 대상글의 가치를 갖기에 부족하다. 논술글을 쓴다는 것은 에세이와 달리 글 전체를 꿰뚫는 논리적 일관성과 설득력을 담보하여야 한다. 즉 감성이나 직관이 아닌 비판적 이성에 의한 논증구조가 오롯하게 갖추어져야 좋은 논술글이다.
학생의 글은 불법어로를 자행하는 중국어선이 쇠창살 등으로 무장하여 제주해경의 단속이 어렵다는 보도에 대한 논증글이다. 학생은 이 보도에 대하여 '불법조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글의 전체구조를 보자. ①신문기사를 인용하여 영해침범과 해경단속에 관한 사실관계 인용 ②'불법조업 이유와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문제제 ③불법조업 이유와 적극적인 감척정책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주장 소개 ④단속인력과 지원을 늘리고 적절한 제재를 가하자며 중국과 협동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자는 주장 ⑤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경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재주장하는 글의 구조이다. 외견상으로는 사실관계- 문제제기-주장소개-해결책제시-해결책제시라는 전개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글은 논리적 설득력을 갖고 있는가? 문제제기에서 불법조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언급하였다면 이 부분에 대한 논리적인 서술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어선들의 수요는 많은데 조업가능한 배와 할당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간략하게 쓸 게 아니라 수요가 얼마이고 할당량이 얼마라고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어야 한다. 불법조업선수와 불법어획량에 대한 자세한 내용 언급이 있어야 왜 이것이 문제가 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제기가 된다.
현실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글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은 의식변화와 제도개선이라는 구성방식이다. 학생글의 논증은 주로 제도적인 해결책만을 다루고 있다. 의식변화와 관련하여, 마지막 단락 첫 문장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게 하고 관심을 갖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되려면 의식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 한다. 차라리 네 번째 단락에서 의식전환을 위한 방법론을 언급하고 마지막 단락에서 제도적인 해결책을 서술하는 것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학생글의 표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그러나'라는 표현은 두 문장의 흐름이 역접인 경우에 쓰는 표현이다. 두 번째 단락에서 '경비인력이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선원 중 한 명이 사망하였다'는 표현은 논리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삭제하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하였지만 해경이 일방적으로 고무탄을 쏘았기에 잘못이 있다'는 표현은 마치 중국 고등학생이 한국 해경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를 주는 내용이다. 왜 일방적인지에 관한 부연설명을 하거나 삭제하여야 독자의 논리적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마지막 단락에 나오는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고… 또한 지원이 요구된다'는 문장 역시 논리적인 표현이 아니다. 일단 앞 단락에서 인력지원과 제재 그리고 양국의 협력을 언급했으므로 이 부분에서는 우선적으로라는 표현을 쓰기 보다는 제도적인 해결책과 '더불어' 국민들의 관심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표현했으면 조금 더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만약 '우선적으로'라는 표현을 살린다고 해도 인식과 관심을 갖게 하고 또한 아낌없는 지원이 요구된다는 표현은 앞 단락의 주장내용과 논리적 호응성이 없다. 독립적인 단락으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앞 단락과의 연계라는 시각에서는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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