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51)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축구 대권을 놓고 벌인 살얼음판 승부에서 승리했다.
결선 투표까지 가는 진땀 승부 끝에 '축구 여권'은 일단 수성에 성공했다. 프로복싱으로 치자면 12라운드까지 가는 난타전 끝에 2-1 역전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KFA) 명예회장이 처음 KFA 회장에 오른 1993년부터 시작하면 타이틀 6차 방어에 해당한다.
그러나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4년 전보다 더욱 높아졌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제도권'에 대한 불신이 축구판 전체에 팽배해 있음이 확인됐다. 현대가(家)로 상징되는 '축구 여권'도, 삼수에 도전한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을 앞세운 '축구 야당'도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이 3분의 1이 넘었다. 이들이 결선 투표에서 정 회장을 '차선'으로 선택함으로써 승부가 갈렸다.
하지만'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의원이 전체 70%를 상회했다는 것은 현 축구계 집권세력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대가를 중심으로 한 '여권'이 집권했던 지난 20년간 한국 축구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축구 인프라가 대폭 확충됐고 각급 대표팀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 한국 축구의 내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조 전임 회장 시절 KFA는 각급 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 팬들로부터 전례없는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한국 축구는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A매치는 국민적인 인기 스포츠지만 프로축구 관중석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외화내빈'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축구계의 분열도 심화됐다.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사분오열'에 다름 아니다. 한국 축구의 통합과 발전이라는 책임을 짊어진 정 신임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정 회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축구 발전을 위해 모두를 떠안는 '대탕평'과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열린 소통'을 약속했다. 한국 축구의 갈등을 봉합하고 내실을 기하는 무거운 책임이 신임 회장의 어깨에 놓여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