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글로벌 장기불황으로 경영난을 겪어 온 한진중공업이 최근 대규모 물량 수주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일사분란한 수주물량 처리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아 노ㆍ노 갈등 해결이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20피트 컨테이너 7,000개를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선과 중형급 가스선, 해양지원선 등 최대 20여척의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
수주금액은 10억~11억 달러 규모로 조선소와 선주간 기술적인 사항은 협의를 마친 상태로 계약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물량에는 2008년 이후 끊겼던 부산 영도조선소의 상선 건조도 포함돼 주목된다.
영도조선소는 주력인 상선 부문은 협소한 부지와 설비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주를 하지 못한 채 소량의 특수선 물량만 소화하고 있어 생산직원 절반가량이 휴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11년 10월 ‘희망버스’사태 이후 최근 노사 간 대타협을 이루면서 92명의 해고자가 전원 복직했으나 수주 부진으로 복직자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사측은 전 세계 해운사와 선주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수주전에 나섰고 최근 외국 선주사와의 수주 논의가 상당부분 진척돼 계약이 성사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노조까지 수주활동에 함께 노력하는 등 노사가 일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고대하던 영도조선소의 수주 재개가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상욱 위원장 등 한진중공업 노조는 최근 발주 실사를 위해 영도조선소를 방문한 선주 측 실사단을 직접 만나 납기 준수와 고품질 선박 건조를 약속, 선주측으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앞서 한국전력 자회사인 국내 발전5사가 공동 발주하는 15만톤급 석탄운반선 9척의 수주를 위해 직접 발주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없지 않다.
대표노조인 한진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기업노조(새 노조)설립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김상욱 위원장 등 새 노조 간부들과 회사 노무담당 상무가 정기적으로 만나 새 노조를 조직했다"며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증인을 확보하는 등 관련 의혹의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법인카드 사용 등 구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만큼 공개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양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최강서씨 자살 사건과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계는 “한진중공업이 모처럼 맞은 경영 정상화 기회를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노ㆍ노 갈등을 조속히 봉합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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