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영일만대교 건설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복지예산 확대 등으로 민자유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포항 지역에서는 지역발전과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영일만대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동해고속도로는 부산 해운대에서 강원 속초까지 동해안을 따라 잇는 왕복 4~6차로의 고속도로로, 부산-울산과 강원 하조대-동해 구간이 개통돼 있다. 또 울산-남포항은 2014년, 동해-삼척은 2015년, 주문진-속초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이와 함께 영덕-흥해 구간도 올해부터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영일만대교는 동해고속도로 중 경북 포항시 오천읍 문덕리 문덕IC에서 포항시 흥해읍까지 해상 연결노선이다. 이 구간이 완공될 때까지는 두 지점 사이는 국도 대체 지방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물류비 절감과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 건설, 관광산업활성화 등을 위해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해상 대교 건설을 요구해 왔고, 정부는 민자유치사업을 조건으로 영일만대교를 승인한 상태다.
영일만대교는 포항시 동해면 임곡리에서 북구 여남동 까지 9.1㎞ 구간을 해저터널(4.2㎞)과 해상교량(3.9㎞), 접속도로 등으로 건설되며, 포항시는 민자유치를 통해 1조2,000억원을 들여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건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민자유치에 달려 있다. 애초부터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예상 교통량과 국비지원비율(20%)을 감안할 때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민자유치 부진으로 시내구간 고속도로 건설이 지연되면 포항-울산 고속도로와 영덕-포항(흥해)간 고속도로의 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4년 말 포항-울산간 개통 이후에도 대구-포항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복잡한 시내구간 통과가 불가피하다. 2015년 말이면 상주-안동구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단절된 시내구간 연결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장모(46ㆍ회사원ㆍ경북 포항시)씨는 "지금도 러시아워 시간에는 문덕IC에서 대구-부산고속도로 포항IC까지 1시간도 걸린다"며 "시내구간 고속도로가 빨리 개통하지 않으면 고속도로는 있으나마나 한 도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구ㆍ경북지역의 현안사업들을 꼭 실현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도 차질이 없도록 해 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다.
특히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해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국비부담 비율을 현행 20%에서 40%로 높여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심 원하는 내륙노선 등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등에는 해상노선이 아닌 내륙노선을 표시하고 있다.
[인터뷰] 이재열포항시 건설환경사업소장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비율 높여야"
이정훈기자
"영일만대교는 포항과 동해안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건설돼야 하고,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국비지원 비율을 높이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재열(58) 포항시 건설환경사업소장은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해 정부가 총 사업비 1조2,000억원 중 20%까지 지원할 수 있는 국비지원율을 4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40%의 국비가 지원된다면 투자자가 얼마든지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포항-울산 등 현재 건설중인 도로가 개통해도 시내 구간이 연결되지 않으면 반쪽도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낙후한 동해안 경제를 살리고 동북아경제권시대 중심도시로 포항이 우뚝 서기 위해 대교건설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영일만대교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포항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거가대교처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 중앙부처에 국비지원율 상향조정의 필요성을 건의하고,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영일만대교가 반드시 건설되도록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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