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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분 만에 손님 1명… 사납금 떼니 일당 3만8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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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분 만에 손님 1명… 사납금 떼니 일당 3만8600원

입력
2013.01.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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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파가 몰아친 25일 오후 10시 30분. 인천 부평역에는 '빈 차' 등을 켠 택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족히 20대가 넘었다.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시간이라 그런지,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위 속에서 사람들이 택시를 탈 법도 하건만 긴 행렬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이 곳에서 만난 인천 S운수 택시기사 서영길(58)씨는 "인천 시내에 워낙 택시가 많다 보니 빈 차가 늘어선 모습은 흔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개인택시 면허를 추가로 발급하려는 시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운행한 그는 많이 벌었냐는 질문에 "이제 사납금은 채웠다"며 "이제부터 진짜 내 돈이니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의 택시에 동승해 인천 시내를 15분쯤 돌았을까. 손님이 탔다. 얼큰하게 술에 취해 남동공단으로 가자던 손님은 서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택시 기사하면 먹고 살만하지 않아요. 다른 건 몰라도 마음은 편하다고 하던데"라는 손님의 말에 서씨는 "돈 욕심 버리면 마음은 편할 수 있겠네요"라며 헛웃음을 켰다. 요금 6,300원을 카드로 계산하고 손님이 내린 뒤 서씨는 회사로부터 승객 콜을 받았다. 남동공단쪽에서 승객을 태운 후 주안동으로 향하던 서씨는 "빈 차로 나갈 뻔 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번엔 7,300원. 시계는 11시20분을 가리켰다. 25분 정도 빈 차로 거리를 돌아다니다 부평역 근처에서 여자 손님이 탔다. 택시에 올라타자 마자 승객은 "기사님, 저 가까운 데 갈 건데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라며 안절부절했다. 부개동까지 요금은 3,200원. 시간은 11시 54분이었다.

"이게 택시의 현실이에요. 사납금 부담 때문에 짧은 거리를 가는 게 달가울 리 없죠. 기사들이 월급걱정 안 하게 되면 승차거부 할 필요가 있나요. 그땐 기사들이 불친절하다 꾸짖어도 할 말 없을 겁니다."서씨가 말했다.

그 후로 손님 두 명을 더 태웠다. 오전 1시가 조금 넘자 서씨는 자기 돈으로 가스를 충전한 뒤 교대시간인 오전 2시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교대자에게 향했다. 서씨가 12시간 꼬박 일해 미터기에 찍은 운임은 14만2,600원. 사납금 10만4,000원을 빼면 서씨는 하루 일당으로 3만8,600원을 손에 쥐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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