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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비 전가금지·복지기금… 기사에 대한 지원이 더 많아

입력
2013.01.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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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LPG 충전소. 이곳에서 만난 한 법인 택시기사는 "택시가 사고 가해자일 경우 회사 납입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해 기사에게 처리 비용을 전가하는 게 암묵적 관례"라며 "LPG값 인상 소식에 최근 사납금을 거푸 2번이나 올린 회사도 있는데, 기사 단물 빨아 먹으려는 회사를 어떻게 믿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 택시기사들의 회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었다. 본보가 수도권 법인 택시 기사 136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 설문 응답자의 62.5%(85명)는 국회가 통과시킨 택시법이든, 정부 대체법안인 택시지원법이든 회사 수익이 기사에게 적절히 분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회사에서 뜯어 먹은 게 얼만데 법이 바뀐다고 나눠주겠냐" "법만 만들어 놓고 정부가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어느 회사가 곧이곧대로 수익 나누겠나"는 등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착취구조 등 택시 업계의 구조적 모순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본보가 경기 부천시 택시회사의 계약직 기사 김모씨가 맺은 근로계약서를 확인했더니, 오전ㆍ오후 각 8시간의 근무 시간 중 근로 시간은 3시간, 그 외는 휴식시간으로 적혀있다. 하루 임금은 1만6,500원. 실제 이 기사가 운행하는 시간은 12시간 중 식사시간을 빼면 11시간이니 시급으로 환산하면 1,500원인 셈이다. 이상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사무국장은 "이건 노예계약서지 근로계약서가 아니다"고 했다. 하루 택시요금으로 벌어들인 돈 중 회사에 기본 납입금(하루 10만~11만원)을 내고 나머지를 기사가 갖는 사납금제하에서 기사들이 유류비ㆍ세차비 등 운행 비용을 내는 게 관행처럼 굳어있다. 하지만 이 운행비용은 사납금을 뺀 실제수입의 25%에 달한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말이다. 더욱이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100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사납금 채우고 어떻게든 자기 수입을 늘리기 위해 승차 거부, 신호위반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승차거부 단속 건수는 6,255건으로 2009년 2,105건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승차거부 신고 건수도 1만6,699건으로 2009년 1만3,335건보다 25% 늘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회사 택시 기사들은 정부의 택시지원법(69.1%)을 선호하는 것도 운송비용 전가 금지, 복지기금 조성, 불법 사업주 처벌 강화 등 기사 개인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법인 택시기사는 "국가가 통과시킨 택시법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대중교통지원금으로 회사만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택시지원법도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측이 어떤 농간을 부릴지 알 수 없다"며 정부의 관리ㆍ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택시업계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사실상 월급제인 전액관리제를 꼽은 기사(22.1%)와 사납금제는 유지하되 기본급 인상을 원하는 기사(19.1%)가 엇비슷한 것도 눈여겨볼 만 하다. 개인파산이나 신용불량 등 형편이 좋지 못한 기사들도 많은 탓인지 안정적 수입 못지 않게 실적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전액관리제는 지난 2000년 건설교통부가 시행을 권고했지만 이를 도입하는 택시회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검토가 필요하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택시는 25만5,226대로 이 가운데 9만 1,611대가 법인 택시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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