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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법률제도 개선하는 것도 변호사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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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법률제도 개선하는 것도 변호사의 사명"

입력
2013.01.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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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변호사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판사 출신 황정근(52·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법조와 사회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해법을 담은 책 를 펴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좀처럼 꺼리는 보수적인 법조계 문화를 감안할 때 황 변호사는 의외의 인물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그는 정치 지향적 성향은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황 변호사는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묻자 "법률가는 의뢰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말고도 문화적 사명이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변호사는 원래 의뢰인의 법률사무를 봐 주다가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하면 이를 사건화해서 기존의 법해석을 바꾸고 입법운동을 통해 사회제도를 개선하거나 개혁할 수 있는 집단입니다. 그게 변호사법의 정신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의 변호사와 그 책임과 사명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는 황 변호사가 서울고법 판사시절부터 틈틈이 써 왔으나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法諺) 때문에 쉽게 내놓지 못했던 글들과, 2004년 변호사로 개업해 2006년부터 7년간 법률신문 편집위원·논설위원을 맡으면서 게재했던 칼럼들을 두루 실었다.

그의 시선은 법조계 현안 전반에 닿아 있으며 이에 대한 해법도 명쾌하다. 우선 2010년 국회에서 논의되다 중단된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 그는 "현재의 대법관 수 12명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법관 1인과 대법관 아닌 대법원판사 2인 내지 3인으로 12개의 소부를 구성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이원화 방안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 대법관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도록 한 헌법 102조 제2항 단서에 근거를 둔 주장으로, 나름 일리가 있는 셈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외국 사례를 볼 것도 없이 군사법원법에 나와 있는 검찰과 사법경찰 사이의 '분업적 협력관계'를 모델로 삼자"고 제안했다. 군사법원법 제228조에는 수사의 주체로 검찰관과 군사법경찰관(헌병대, 기무사 요원)을 나란히 병기하고 있다. 법률전문가의 눈이 아니면 찾아낼 수 없는 해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친정인 법원과 변호사업계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판사들이 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를 무시하는 관행에 대해선 "선수가 심판을 평가하는 격이라는 반응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직선제로 치러진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대해선 "변호사수를 줄이고 변호사 영역을 확장하는 데만 급급한 직역이기주의적인 선거공약이 남발됐다"면서 과도한 이익집단화를 경계했다.

선거법 전문가인 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민사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치며 20년간 법관 생활을 한 뒤 2004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합류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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