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금 서울 여의도 옛 회관 자리에 지하 6층, 지상 50층 규모의 새 회관을 신축 중입니다. 그런데 옛 회관 앞자리에 있던 기념석(사진)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강암으로 된 이 기념석은 '박정희 기념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9년 옛 전경련회관 준공에 맞춰 써준 '창조(創造) 협동(協同) 번영(繁榮)'의 휘호가 새겨진 기념석이지요. 박 전 대통령은 서거 며칠 전 이 휘호를 썼고, 이를 전경련이 기념석에 새겨 넣어 옛 회관 앞에 설치했던 것입니다.
전경련은 새 건물을 지으면서, 원래는 이 기념석을 설치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후문입니다. 워낙 오래 된 돌이라, 새 건물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 설치 쪽으로 다시 방침을 바꿨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가장 잘 보이는 건물 전면에 세울 지, 아니면 로비 등 건물 내부에 둘 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방침 변경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 주변에선 '박근혜 대통령당선인과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인데다, 휘호 내용도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창조경제론'과 똑같으니까, 새 정부를 의식해 기념석을 다시 세우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지요.
물론 전경련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측은 "박 당선인과는 무관하다. 대통령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기념석 설치를 다시 검토하고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게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전경련만이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간 재계와 전경련이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새 정권을 의식한 기념석 재설치 논란은 개연성 정도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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