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문화원이 순천시청 별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 문화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시청 소속 부서 사무실을 비워달라며 시청을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법원이 순천시에 대해 밀린 임대료는 절반 가량만 주고 사무실을 비워주는 선에서 화해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시가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시청별관 소유권 등을 둘러싼 양측의 해묵은 감정은 6년째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부장 송기석)는 지난 14일 열린 재판에서 순천시가 2월 28일까지 문화원측에 사무실을 비워주고 임대료는 청구금액(8억)의 절반 가량인 3억원을 주는 선에서 화해하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과 모든 사정을 참작해 결정했다"며 양측의 화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문화원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9월. 당시 문화원장을 뽑는 선거에서 노관규 전 시장이 추천한 인사가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자 시는 문화원에 지급하던 9,000여 만원의 보조금을 끊은 게 발단이었다.
문화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시가 2006년 문화원 소유의 시청별관 건물을 기부채납 받는 대신 보조금 등을 지원키로 협약까지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문화원 측은 시가 꿈쩍도 하지 않자 별관 건물 소유권 원상회복을 위한 소송을 내고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시가 패소 후에도 별관 건물 내에 있는 6개 부서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버티자 문화원은 시를 상대로 임대료 등 8억여원을 지급하고 건물을 비우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자 시도 "시청별관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소요된 유익비와 필요비 10억여원을 달라"며 문화원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조충훈 시장 취임 후에도 계속됐다. 조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문화원에 대해 인적 쇄신을 요구했고, 문화원은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외압을 중단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화해 권고 결정은 정식 판결 대신 재판부가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합의'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합의는 성립되지 않아 재판은 원래대로 진행된다.
순천시의회 한 의원은 "예산 지원을 볼모로 문화원을 흔들고 횡포를 부리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순천시는 시민과 문화원에 잘못을 사과하고 중단된 문화사업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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