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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한라산은 한국의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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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한라산은 한국의 히말라야"

입력
2013.01.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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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한라산 1,500㎙ 고지인 용진각 대피소 앞. 어른 허리까지 차오른 눈밭 사이로 형형색색의 텐트 10여개가 눈에 들어온다. 적설기(12~2월) 산악훈련을 위해 이곳을 찾은 산악인들이 차린 베이스캠프다. 이곳은 수직으로 치솟은 설벽을 마주보고 있는 데다 매서운 눈보라가 끊임없이 몰아쳐 마치 히말라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대피소 관계자는 "한라산 중에서도 용진각~장구목 코스는 겨울만 되면 한국의 히말라야로 변신을 한다"며 "히말라야 등 극지를 탐험하려는 사람들은 이곳을 거쳐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요즘 눈 덮인 한라산에 '산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설기를 맞아 산악적응훈련을 하려는 전문 산악인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헉헉 대며 용진각에서 장구목까지 오르내리거나 눈 속에 파묻혀 비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벌써 20여개 전문 산악인팀 230여명이 이곳에서 산악훈련을 했거나 훈련 중이다. 다음달 초까지 등반훈련을 예약한 팀도 10개팀 120여명에 달한다.

한라산 용진각과 해발 1,800㎙ 고지인 장구목이 겨울철 산악인들의 산악훈련 메카인 셈이다. 여기엔 한라산 정상 일대의 지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기후 조건이 극지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용진각과 장구목 등의 고지대는 겨울철마다 눈이 1㎙ 이상 쌓인 데다 수직으로 선 설벽과 급사면이 발달해 눈밭을 다져 길을 만든 뒤 전진하는 러셀훈련과 눈이 쌓인 급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글리세이딩 훈련을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또 거센 눈보라와 함께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이 이어져 히말라야 같은 고지와 극지를 탐험하려는 산악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훈련코스로 자리잡았다.

한라산을 찾은 산악인들은 대부분 3~5일, 길게는 2주 정도 고지대에 머물며 적응훈련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설산에서 버티기만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조난사고를 당한 등산객을 구조하는 산악구조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 지난 24일에는 4박5일 일정으로 훈련하던 한국산악회 전남지부 산악회원들이 용진각 부근에서 일행과 함께 한라산에 오르다가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은 30대 여성 등산객 1명을 긴급구조 했다. 이 등산객은 2~3㎞쯤 떨어진 관음사 삼각봉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훈련 중인 산악인들의 응급조치 덕분에 의식을 회복해 무사히 하산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라산은 지형과 겨울철 궂은 날씨가 히말라야 등지의 현지 조건과 비슷해 한라산을 적응 훈련지로 선택했다는 산악인들이 많다"며 "산악훈련 팀의 안전을 위해 용진각 등 주요 훈련장소에 안전지도 요원을 파견하고, 산악구조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눈사태나 조난사고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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