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재처리)해 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 공정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와 연계해 사용 후 핵연료를 평화적으로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기술을 확보, 오는 5월 이 기술을 실험하는 시설인 '프라이드(PRIDE)'를 완공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프라이드는 비록 실험시설이지만 실제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의 수십 분의 1 규모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세계 최신의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은 500~650도의 고온에서 용융염(鹽) 속에 사용 후 핵연료를 담근 뒤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우라늄 등 유용한 핵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공정 특성상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따로 분리해낼 수 없어 국제적 제재를 받을 염려도 없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또한 플루토늄ㆍ우라늄 등 방사선 방출량이 많고 반감기(半減期)가 긴 원소들을 한데 묶어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핵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면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방폐장)의 크기를 100분의 1로 축소할 수 있다. 우라늄 활용률은 최대 100배까지 높이고, 방사성 물질의 독성이 감소하는 기간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한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기술개발부장은 "국내 경수로 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에는 우라늄 238과 플루토늄 239 등 다시 쓸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하면 핵연료의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5월에 완공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실험 시설인 프라이드는 3년간 330억원을 들여 구축했다. 1층 공기 셀과 2~3층이 통합된 1,260㎡의 대형 아르곤(Ar) 셀로 구성돼 있다.
연간 10톤 처리 규모로 설계된 이 시설은 전(前)처리 과정부터 전해환원(전기분해로 인한 환원반응), 전해정련 및 전해제련(전기분해로 순도를 높임), 염(鹽)폐기술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계해 실험할 수 있다.
모든 과정은 로봇 팔을 이용해 원격 조종하며, 산화물 연료를 넣는 것부터 최종 우라늄 잉곳(ingotㆍ괴)과 폐기물을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시험ㆍ평가할 수 있다.
이한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기술개발부장은 "우리가 만든 프라이드는 핵연료 처리과정을 실험 검증하는 세계 최고의 시설"이라며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종합 파이로프로세싱 시설을 2025년에, 소듐냉각고속로는 2028년에 준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실용화에 성공하면 기술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수백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까지 프라이드를 통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타당성을 검증한 후,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새로운 방안으로 국민 앞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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