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안에서 가공된 우라늄을 3년 정도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것이 '사용 후 핵연료'다.
사용 후 핵연료는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많이 포함돼 있어 재활용하면 상당량의 원료를 다시 얻을 수 있고 핵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의 하나인 플루토늄이 2~3㎏만 있거나, 우라늄-235를 90% 이상 농축하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어 국제사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통해 '양날의 칼'인 사용 후 핵연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원전에서는 핵연료로 천연 우라늄을 가공해 사용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타고 남은 우라늄(95.6%)과 플루토늄(1.2%), 초(超)우라늄 원소(0.2%), 세슘ㆍ스트론튬(0.5%), 요오드-129와 테크네슘-99(0.1%) 등 핵분열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방사성 원소들이 뒤섞여 있다.
이 가운데 초우라늄 원소는 넵투늄(Np), 아메리슘(Am), 큐리움(Cm) 등으로, 우라늄보다 무겁고 방사선을 많이 내면서 반감기(半減期)가 수 만년에 이른다. 반감기란 방사성 원소나 소립자가 붕괴되거나 다른 원소로 바뀔 경우 그 원소의 원자 수가 최초의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반감기가 너무 길면 오랫동안 환경을 오염시키게 되고, 반대로 반감기가 아주 짧아도 단기간 내 붕괴하면서 강한 방사선과 많은 열을 내 인간과 환경에 위험하다.
세슘ㆍ스토론튬은 반감기는 짧지만 매우 강한 방사선과 함께 열을 많이 발생한다. 요오드-129와 테크네슘-99는 방사선은 그리 많이 방출하지 않지만 반감기가 수십만 년이나 된다. 원전을 쓰는 각 나라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엄격히 다루는 이유는 이처럼 강한 방사선과 열을 내는 원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용 후 핵연료가 높은 열과 방사선을 발산하므로 수조(水槽)에 보관하거나 불활성 기체(헬륨, 네온, 아르곤 등)로 냉각 보관한다. 그래서 사용 후 핵연료를 '고준위 폐기물(알파선 방출 핵종 농도가 4,000Bq/g 이상이거나 열 발생량이 2㎾/㎡ 이상)'이라고 부른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재활용(재처리)과 직접 처분 등 2가지 방식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은 재처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과 핀란드, 캐나다 등은 사용 후 핵연료를 지하 500~1,000m 땅속 깊은 곳(심지층)에 만든 처분시설에 영원히 폐기하는 직접 처분 방식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3월에 만료되는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하지 못하고, 고리 월성 영광 등 각 원전 수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국내 가동 중인 21기의 원전에서 생긴 사용 후 핵연료는 36만8,100다발(2012년 6월 현재)이다. 이는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용량(51만8,400여다발)의 71%다.
2016년에 고리 원전의 저장량이 포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월성 원전은 2018년, 영광 원전은 2019년, 울진 원전은 2021년에 각각 포화상태가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핵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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