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ow do we know he's not guilty? B: Because he says he is not.
어느 정치인이 기자들과 나눈 대화 한 토막이다. 그에게 혐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그가 없다고 하면 그만 아닌가요?'라고 말한 어이없는 대목이다. 대개의 경우 논지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이런 화법을 쓴다. 프랑스의 철학자 Descartes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 또는 Cogito ergo sum)라는 말도 꼬리를 무는 논리의 비약이다.
사실 어법이나 문법상 잘못이 없더라도 비상식적인 전제를 하거나 결론을 내리면 대화 자체가 진행되지 못한다. 대표적인 말이 'beg the question'이다. '질문을 간청하다'는 뜻이 아니다. 뻔한 얘기, 말도 안 되는 얘기, 앞뒤가 맞지 않는 말 자체가 또 다른 의문을 몰고 온다는 뜻이다. 과거에 헌법재판소에서 '절차상 위법하지만 유효한 법률'이라 한 말이 좋은 예다.'이곳이 주차장이지만 여기에 주차할 수는 없다', 'BBK는 소유했지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지만, 공약은 아니었다', '소주는 마셨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술 마시고 차를 몰았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것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You're begging the question'라고 말한다.
이 말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수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런 현상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경부 고속도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과론적 가정이나 '이건 가정해서 묻는 것은 아니다'(This is not a hypothetical question)로 시작하는 질문, 'By definition he is the best president ever'(자고로 그가 최고의 사장이다)라고 단언하는 내용 속에는 어떤 기준(by definition)도 결론도 오류 투성이다. 모두 어폐가 있고 상호 모순되는 말이다. '그런 예외 때문에 규칙이 있는 것이다.'(It's the exception that proves the rule)는 말이나 '성경은 옳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The bible is right because it is the word of god)라는 말 모두 억지고 논리 비약이다. 가령 '그가 저를 보증해 준답니다, 그를 어떻게 믿냐고요? 그는 내가 보증하니까요'라고 말한다면 가설이나 전제부터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이다. The premise depends on the truth of the very matter in question 이라는 사실 때문에 논리학이나 문법학자들은 'beg the question'같은 어구나 화법은 아예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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