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출신 최현만주식거래수수료 인하 전략… 보험에도 파격 적용설계사 수당 분할 지급해 해약 환급금 크게 높여카드사 잔뼈 정태영특약 없애고 계약 단순화… 저렴한 보험상품 출시숫자 활용 아이디어 등 보름만에 4000건 계약
보험업계에 이단아들이 떴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이 그 주인공들. 이들의 공통점은 보험보다는 소비자의 심리변화에 민감한 업종(최 부회장은 증권, 정 의장은 카드)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며 회사를 짧은 시간 내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두 수장이 변화보다는 안정과 관행을 중시하는 보험업계에서 그것도 가장 민감한 사안인 환급금, 특약 등을 과감히 손봐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성장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들이 불러일으킨 새 바람이 업계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현만 수석 부회장은 박현주 회장에 이은 미래에셋그룹 2인자. 지난해 6월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13년간 증권맨이었다.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 설립 초기인 2000년에 온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0.029%으로 낮췄다. 경쟁사들은 0.2%대를 받았을 때다.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 덕에 미래에셋증권의 주식매매 시장 점유율은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다.
이런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최 부회장은 첫 보험 상품(미래에셋생명 변액적립보험 1302 진심의 차이)에다 증권업계에서 사용했던 수수료 인하 전략을 그대로 적용했다.
보험계약 1년 내에 설계사에게 대부분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을 깨고 판매 수수료를 납부 기간(최대7년)동안 균등하게 공제해 6개월 후 해약 환급률을 기존 20.4%에서 92.2%로 높인 것이다. 보통 월 보험료 10만원인 저축성 보험이 판매되면 보험사는 계약을 성사시킨 설계사에게 1년 안에 수당으로 25만~30만원을 몰아준다. 고객의 3, 4개월치 보험료를 설계사 수당으로 먼저 떼주는 것으로 이런 관행이 해약 환급률을 낮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내놓은 첫 보험상품의 경우 설계사에게 수당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주는 대신 중도 해지 고객에게는 환급금을 더 많이 주겠다는 게 최 부회장의 다짐이다. 현재 변액보험 가입자 10명 중 6명이 5년 안에 해약하는 걸 감안하면 보험 소비자에겐 최상의 조건인 셈이다. 설계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최 부회장은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최 부사장이 최근 4개월간 전국 지점 180여개를 돌며 전속 설계사 5,000여명을 만나 설득했다"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은 최근 "이달 2일 판매를 시작한 '현대라이프 제로'의 계약건수가 보름 만에 4,000건을 돌파해 1월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계약 기간 보험료가 오르지 않고(비갱신) 고객이 필요한 보장(사망ㆍ암ㆍ5대 성인병ㆍ어린이보험)과 필수 기간(10년 또는 20년)을 단품 또는 복수로 설계하면 되도록 계약을 단순화했다. 특약이 아예 없어 보험료도 저렴한데 가령 35세 남자가 1억원에 20년 보장을 받으려면 월2만9,000원만 내면 된다. 다른 종신보험 상품들은 비슷한 보장을 받으려면 18만 정도를 내야 한다.
알파벳과 숫자로 카드 혜택의 특징을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던 과거 경험을 살려 정 의장은 제로 보험도 숫자로 상품 종류와 기능을 표현했다. 가령 현대라이프 제로 '암보험210'에서 첫 번째 숫자 2는 암보험을, 나머지 숫자(10)는 만기를 뜻한다.
이런 파격 때문에 경쟁사들의 관심과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는 정 의장은 "현대라이프 홈페이지 접속자의 인터넷주소를 역추적해 보면 대형 보험사에서 접속한 경우가 많다"며 "내가 업계 꼴찌 회사를 바꾸고, 그런 흐름을 업계에서 주목한다는 증거여서 신이 난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는 현재 업계(24개 생보사) 최하위권이지만 정 의장은 5년 뒤 신규 고객 수 기준으로 톱3안에 드는 게 목표다. 알파벳 시리즈 카드의 연이은 히트로 10년 전 업계 꼴찌였던 현대카드를 업계 3위(점유율 13%)로 끌어올린 실적을 기억하는 상위권 보험사들이 하위권 회사 경영자인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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