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액션플랜으로 구체화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밑그림 수준이던 대한민국 5년이 상세한 설계도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25,27일 잇달아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에 상세히 첨언하며 공약 이행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하고, 세금을 재원으로 해 기초연금 입법에 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복지 재원 마련의 해법으로 일몰이 돌아오는 비과세ㆍ감면을 연장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경제계 일각에선 "공약의 실행 지침이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계부채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당장 돈 들어갈 걱정만 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대책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생각해 달라"며 여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실현 가능성 우려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가계부채 대책의 관심은 이제 시행 여부를 떠나 방법론에 모아지게 됐다.
박 당선인은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개한 경제1분과와의 국정과제 토론회 발언록 16페이지 중 무려 4분의 1 가량을 가계부채 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가계 빚 해결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지원의 전제조건도 재차 강조했다. "'자활의지가 있는 분들'이 대상인 만큼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과 절차를 잘 만들어 달라",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 온 국민들이 불공평하다 느끼지 않게 형평성 논란을 막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 시작 즉시 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은 올해 상반기 중 도입이 확실시된다. 공약에서 밝힌 대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의 연체채무를 기금으로 매입해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한 뒤 장기분할 상환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방식은 학자금대출 연체자에도 적용된다.
박 당선인은 또 전세금 급등에 고통 받는 '렌트푸어'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와 관련, "집주인이 이 제도를 활용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지적을 고려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잘 만들어 달라"고도 당부했다.
'금융연좌제'로 불리는 연대보증 관행과 관련해서는 금융권에 화살을 겨눴다. 박 당선인은 "연대보증 때문에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의 패자부활이 안 되고 있다"며 "이는 연대보증에 기대어 책임을 피하려는 금융권의 노력부족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정부가 철학을 갖고 연대보증을 없애고, 그 다음에 금융권이 책임지라고 해야 한다"며 "아무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의 연대보증은 2008년 이후 단계적으로 폐지됐지만, 2금융권과 과거 연대보증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저축은행에는 창구마다 연대보증 신청서류 표준이 비치돼 있고,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은 중소기업의 법적 대표와 실제 경영자가 다를 경우 실경영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울 수 있는 예외조항을 운영 중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반드시 폐지돼야 할 관행이지만 한꺼번에 없앨 경우 신용도가 약한 기업 및 개인의 대출을 막아 되려 경기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회에서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한해 100개 이상 되던 코스닥 상장사가 최근엔 20개 수준으로 줄었다"며 "기술력 대신 지나치게 재무 위주로 상장 여부를 평가해 건전한 투자의욕을 가로막고 있는 만큼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은 분리해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상장사의 성장성과 증자 관련 심사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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