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비정규직 직원 2,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다.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는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이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들의 전향적인 비정규직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다른 대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호텔ㆍ리조트 서비스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시설 관리인력 ▦고객상담사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직원 2,043명을 3월1일자로 정규직 전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중 절반이 넘는 1,200여명(60%)이 여성이다.
계열사 별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725명 ▦한화손해보험 533명 ▦한화63시티 209명 ▦한화갤러리아 166명 등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이다. 이미 계약직으로 채용돼 계약기간(2년)을 채우면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인력도 이번 전환대상에 포함됐다. 한화그룹은 각 계열사 별로 이들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전환 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외식이나 경비 등 외주사업 계약업체 소속 파견 근로자나 컨설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외부 전문가 등은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한화그룹 전체 임직원 중 비정규직 비율은 지금의 17% 수준에서 10.4%(3,000여 명 수준)로 떨어지게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비정규직 비율(33.8%)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5%)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한화측은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특히 이번에 정규직으로 바뀌는 직무에 대해선 앞으로 신규인력도 정규직으로 채용, 향후 비정규직 비율을 계속 줄여나가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김승연 회장이 신년사에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으며, 이번 정규직 전환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경영기획실 장일형 사장은 “그룹 정신인 ‘신용과 의리’, ‘함께 멀리’의 가치를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라며 “지난해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아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후속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결정은 다른 대기업의 노사 및 채용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각 회사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무조건 따라 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사회적 이목이 쏠려 있는 만큼 (한화의 결정은) 타 그룹에 압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에 몰두해선 안 된다”며 고통분담을 요구한 터라, 재벌 그룹들로선 최근의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비정규직이 우리나라 재벌 고용구조의 ‘어두운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고, 그런 만큼 재벌그룹들의 전향적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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