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의 일대기를 다룬 외국 학자의 책이 중국어로 번역 출판되는 것을 허용하며 톈안먼(天安門) 사건 관련 내용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톈안먼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27일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에즈라 보겔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쓴 (사진) 중국어 번역본이 톈안먼 사건 관련 내용을 그대로 담은 채 출판돼 일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덩샤오핑 평전 형식으로 중국 개혁개방 역사와 덩샤오핑의 일대기를 서술한 이 책은 2011년 란 제목으로 영문판이 출간됐다.
18일부터 판매된 중국판은 당내 권력 암투 등을 다룬 ‘덩샤오핑 시대 주요 인물’ 장(章)이 통째 사라지는 등 전체의 9%가 삭제됐다. 그러나 톈안먼 사건을 다룬 ‘베이징: 1989’ 장은 일부 삭제되기는 했어도 비교적 상세히 톈안먼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아주주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책의 순조로운 출판을 지시했다면서 지난 23년간 중국 본토 출간물에서 ‘금지 구역’이었던 톈안먼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출간 소식과 함께 보겔 교수 인터뷰를 실은 점도 주목된다.
앞서 6일 저장(浙江)성 타이저우(台州)시에선 그 동안 금기 인물이었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후 전 총서기는 민주화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총서기직에서 밀려난 뒤 심장병을 앓다 1989년 4월 15일 사망했는데 그의 죽음은 그 해 6월4일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발단이 됐다. 17일엔 톈안먼 사건으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의 8주기 추모식이 당국의 제지 없이 열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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