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가 반정부 시위와 유혈사태로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소요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이집트 축구 참사의 재판 결과가 나오자 불만을 품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관 2명과 축수 선수 2명이 포함돼있으며 부상자도 400여명에 이른다.
이집트 카이로 법원은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의 축구경기장에서 지난해 2월 벌어진 난투극의 관련자 21명에게 26일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 전원은 포트사이드 홈팀 ‘알 마스리’의 팬이다. 알 마스리와, 카이로를 홈으로 하는 원정팀 ‘알 아흘리’의 응원단은 지난해 2월 격렬한 충돌을 빚어 74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친 바 있다. 1996년 78명이 숨진 과테말라시티 사건 이후 세계 최악의 축구장 유혈사태였다.
법원의 사형 판결이 나오자 포트사이드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가 발생했으며 이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 양측이 유혈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포트사이드 축구팬들이 희생양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난 시위대가 피고인들이 수감된 교도소와 경찰서 두 곳을 습격하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이집트군은 현지에 병력을 배치했다.
시민혁명 2주년을 맞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그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는 격렬 시위도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서 계속됐다. 이번 시위로 25, 26일 이틀간 모두 39명이 사망했다. 알제리, 말리, 시리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 이집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혈 충돌이 격화하자 무르시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에티오피아 방문을 취소하고 장관들을 소집, 포트사이드와 수에즈에 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무르시 대통령과 주요 장관들로 구성된 국방회의(NDC)는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회의 멤버인 살라 압델 마크수드 정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치인이 포함된 초당적인 국민 대화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 공정하고 투명한 총선을 준비하자”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영국 외무부의 앨리스테어 버트 중동ㆍ아프리카 담당 장관은 “지금 이집트에 필요한 대화를 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폭력사태를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