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작업의 효율성을 찾는 '최적화'의 대가인 문병로(51)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만 잘 분석해도 대통령 당선인도 미리 맞출 수 있는 빅데이터 시대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자료가 생산된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생명과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쯤 바이러스의 진화과정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일반 컴퓨터로는 수년이 걸릴 정도로 계산량이 방대했다. 그 때 지인으로부터 '최적화'의 달인,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소개받아 그를 무작정 찾아가 이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그 때부터 2년간 우리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갔다.
'최적화'란 쉽게 말해 작업의 효율성을 찾는 일이다. 가령 어느 택배회사에서 하루 50만 고객을 방문한다고 하자. 어느 차량이 어떤 고객에게 배달할지, 각 차량은 어떤 경로로 고객을 방문할지 계산하면 천문학적으로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최적화다.
문 교수는 컴퓨터공학 중에서 기초이론에 속하는 알고리즘을 공부했지만, 이를 활용해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현장형 과학자로 유명하다. 내가 연구 중이던 바이러스의 진화 경로를 추적하는 작업도 그 일환이었다.
문 교수는 국내 최고의 '최적화' 달인으로 꼽힌다. 문 교수팀은 2008년에 6개월에 걸쳐 열린 세계 '최적화'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세계 유수 학술지에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300회 이상 인용된 논문도 2편이나 된다.
그는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차세대 컴퓨터 공학자를 키우는 데도 열성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서울대 공대 최우수 강의상을 여러 번 받았고, 작년에는 공대에서 제정한 '불후의 명강의' 시리즈의 첫 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을 비롯, 그가 출판한 4권의 책은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 쓸 정도다. 중견학자의 반열에 오른 요즘도 학술과 저술 활동으로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금융이다. 최적화 기법으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해 합리적인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투자전략을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가 만든 알고리즘을 장착한 컴퓨터가 금융시장에서 나름의 경험과 분석력으로 무장한 금융전문가들과 겨루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 교수는 11년 전 창업한 실험실 벤처회사를 투자자문회사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200억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이다. 지난달부터 공과대학 벤처창업가정신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자신의 창업경험을 학내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데도 열심이다.
생명과학에서부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를 자처하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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