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과 헌재의 대립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대법원 헌법연구회(회장 유남석 서울북부지법원장)와 형사법연구회(회장 노태악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는 지난 24일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법관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세미나를 열고 "헌재가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A교수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A교수는 2011년 9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준공무원인 정부 외부기관 위촉위원이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해석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A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들은 헌재가 공무원 뇌물에 대해 법원과 다른 판단을 내린 것 자체도 문제지만, "헌법적 쟁점이 있다면 법원의 법률 해석도 헌재의 판단 대상이 된다"며 현행법상 금지된 재판소원(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문제를 정면으로 걸고 넘어진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현행법이 법률의 최종 해석권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3심제로 재판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헌성을 판단한다면 사실상 4심제로 법체제가 파행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법률적으로도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존재하는 이상 재판소원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회 소속 김상환(47)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헌재의 이 결정은 결국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고, 헌재는 사법권과 위헌법률심판권을 함께 갖고 있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지위에 서게 된다"며 "이 같은 결정이 그대로 실현되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가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조세법 해석을 문제삼아 'GS칼텍스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재판소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GS칼텍스는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7개월 가까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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