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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우승컵 내주고 존경심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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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우승컵 내주고 존경심 얻었다"

입력
2013.01.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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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테니스의 자존심이자 황색돌풍의 선두주자 리나(31ㆍ중국ㆍ랭킹6위).

그는 2011년 프랑스 오픈테니스 여자단식 우승으로 100년 만에 아시아인으론 첫 4대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라 서구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주류 테니스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새겨 넣었다. 아시아국가 선수들이 육상, 수영, 골프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개인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테니스만큼은 100여년간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나가 '금아'(禁亞)의 영역에 도전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이 같은 편견은 보기 좋게 허물어졌다. 그 후 19개월이 흐른 지난 26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우승상금 27억원) 여자단식 결승코트에 리나가 다시 한번 발을 들여놓았다. 이날 결승전은 호주오픈 주최측과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들이 대륙에서만 1억명의 관중들이 TV화면을 응시하고 있다고 추산할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리나가 하얀색 셔츠에 검정과 청색이 섞인 치마를 입고 모습을 드러내자 1만5,000석 만원 관중들이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대륙에서 건너온 팬들과 유학생들의 "짜요"(加油ㆍ힘내라)라는 응원구호도 심심찮게 들렸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랭킹1위 빅토리아 아자렌카(24ㆍ벨라루스). 리나는 역대전적 4승5패로 뒤졌지만 지난해 연말 태국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선 2-1로 꺾어 자신감에 차 있었다.

컨디션도 좋았다. 준결승에서 마리아 샤라포바(26ㆍ러시아ㆍ3위)를 1시간33분만에 2-0으로 완파한 뒤 이틀 동안 체력을 비축했기 때문이다.

리나는 첫 서브게임을 빼앗겼지만 곧바로 상대의 서브게임을 잇따라 따내는 등 1세트를 6-4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불운은 2세트에 찾아왔다. 리나가 게임스코어 1-3으로 뒤진 가운데 아자렌카의 고공 백핸드 발리 볼을 넘기는 과정에서 역동작에 걸려 왼쪽 발목을 접질린 것. 리나는 결국 4-6으로 세트를 내준 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리나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리나는 3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2-1로 앞섰지만 다시 한번 백핸드 공격을 받아내는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리며 넘어졌다. 이번에는 머리까지 코트에 부딪쳐 약 10분간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해야 했다. 리나는 다시 코트로 돌아왔지만 '뇌진탕' 때문인지 범실이 많아졌고 결국 우승컵을 아자렌카에 내주고 말았다. 실제 리나는 공격 성공이 36-18로 2배 많았지만 범실 역시 57-28로 상대보다 두 배 이상 쏟아냈다.

리나는 경기후 스탠딩 인터뷰에서 "패한 것은 슬픈 일이지만 올시즌 개막 후 여기까지 온 내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나는 또 기자회견 내내 웃음과 유머를 잊지 않고 "지난해 샤라포바와 2011년 나 역시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어진 프랑스오픈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올해에도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나는 이어 "불과 2주전 까지만 해도 코치를 비롯한 '나의 팀'이 싫었다. 그들이 나에게 엄청난 훈련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하다. 나는 불평을 그만두고 계속 훈련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코치 카를로스 로드리게스(49ㆍ아르헨티나)도 중국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에 "올시즌 리나의 출발이 좋다"며 "하지만 메이저우승컵과 랭킹 3위내 진입한 뒤, 10, 11월쯤 '리나가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차이나데일리는 '리나의 파이팅 넘치는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제하에 기사에서 리나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발목부상으로 무너졌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계량할 수 없는 존경심을 이끌어 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리나가 중국인으로서 기권하지 않고 부상투혼을 발휘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중국 유학생의 소감도 소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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