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5일 인수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기초연금제도의 재원에 대해 "어디 다른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한다"고 밝혀,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간 30조원 가까이 걷히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기초연금에 전용하겠다는 인수위의 당초 방안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노인빈곤율을 감안하면 기초연금의 도입은 시급한 과제지만 증세 없이 당장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당장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할 경우, 내년에만 13조1,970억원이 들어가고 임기 마지막해인 2017년에는 17조3,36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대상 축소 등 박 당선인이 제시한 조세개혁 방안을 통해 조달 가능한 재원은 연간 14조2,000억원이다. 반면 새정부에서 추가되는 복지예산은 연평균 26조4,000억원이다. 건강보험 비급여 확대 등에 5조원, 보편적 보육에 1조7,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등 기초연금 이외에도 돈 쓸 곳이 많기 때문이다.
보사연은 기초연금 전면 도입 등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인상 등 매년 12조2,000억원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급여 대상 범위를 소득하위 80% 노인으로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었지만,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집권기간 동안 수급자 확대나 연금수준을 전혀 높이지 못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아무리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했다고 해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고, 부처간 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선인이 증세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증세할 수 있는 여건인지 고민했어야 하는데 표를 얻기 위해 쉽게 공약을 한 것 같다"며 "증세 등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정공법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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