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달리고 있는 '최강희호'가 올해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6일 크로아티아와 평가전 이후에 열리는 최종 예선 4경기의 승패 결과에 따라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주전 스트라이커로 공격의 선봉장 임무를 맡은 이동국(34ㆍ전북 현대)의 어깨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27일(한국시간) 전북 현대의 전지 훈련장인 브라질 아구아스 데 린도이아의 오스카 캠프에서 이동국을 만나 축구 팬들이 우려하는 박주영(28ㆍ셀타 비고)과의 공존과 상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난제의 열쇠 '희생'
이동국은 크로아티아와 원정 평가전에서 박주영과 투톱 호흡을 맞출 확률이 높다. 하지만 둘이 같이 출격했을 때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터라 늘 의문 부호가 따라 다닌다. 이동국은 "호흡이 안 좋다고 하는데 저희 둘은 항상 경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고 특별히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둘이서 고작 10~20분 정도 호흡을 맞췄을 뿐"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이동국과 박주영은 최종 예선 4경기 중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에서 16분을 함께 뛰었을 뿐이다.
이동국은 희생을 열쇠로 꼽았다. 그는 "우리 둘이서 공을 차는 게 아니다. 팀 승리를 위해서 희생을 한다면 좋은 결과로 연결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도움을 기록하고 (박)주영이가 골을 넣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이자 팬들이 원하는 장면이 될 것이다. 빨리 그런 장면이 나와야 한다."
▲ '약속의 땅' 브라질
2014년 월드컵은 브라질에서 열리고, 이동국은 3년 연속 이곳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감이 좋다. 전북이 전훈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스카 캠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지정한 월드컵 베이스캠프 후보지 중 한 곳이라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아무래도 브라질에 매년 오다 보니 34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도 적응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2011년 처음 브라질 전훈을 실시한 뒤 그해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동국에게 월드컵은 여전히 꿈의 무대다. 10대의 나이에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월드컵 출전은 51분에 그쳤다. '남아공 월드컵처럼 36분의 출전 시간만 보장된다고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출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10분 만에 3골을 넣을 수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또 "월드컵은 꿈의 무대이자 공격수로서 골 넣는 장면을 여전히 상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월드컵만을 그리고 있진 않다. "15년간 해왔듯이 당장 앞에 놓인 경기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월드컵을 보고 뛰면 가다가 지쳐버릴 것 같다. 정신적으로 지쳐 버리면 모든 게 끝이다."
▲ 복수혈전 기대
이동국은 올해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해 아쉬움을 모두 만회하겠다는 각오. 우선 최종 예선에서 승수를 챙기지 못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리기 위해 힘쓸 예정이다. 그는 "최종 예선 상대의 전력이 평균화된 것 같다. 어느 한 팀도 얕잡아 볼 수 없다. 우리의 전력을 충분히 드러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과의 경쟁도 의식했다. 그는 "서울 우승이 확정된 날 상대가 전북이어서 선수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런 게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에 올 시즌에 만나면 표출될 것"이라며 정상 탈환의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프로 데뷔 후 첫 주장 완장을 달게 돼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팀에서 처음으로 주장을 하게 됐는데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커졌다." 주장이 된 후 선수들과 첫 미팅에서 무엇보다 '팀 정신'을 강조했다. "팀에 대한 불만과 선수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표출하지 말자. 만약에 하고 싶으면 주장한테 해라. '형'부터 희생하겠다. 개인을 앞세우면 팀은 살아날 수 없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이동국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축구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면 어디를 향해가고 있나'는 질문에 그는 "아직 경기는 시작 전이다. 경기 나가기 전에 설레고 긴장되는 그런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은퇴할 때까지 이 시간이 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시간만 잘 준비한다면 경기는 정말 빨리 지나간다."
아구아스 데 린도이아(브라질)=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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