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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말로 많은 것을

입력
2013.01.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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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는 고전주의, 특히 프랑스의 고전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고전주의는 가능한 최소한의 말로 가능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현란함과 풍요로움은 여기서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며, 필요하지 않은 것을 덧붙이는 것, 온갖 과잉은 그 자체가 약점이다. 문학사가 루이스 판 델프트도 같은 관점을 "적은 말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 위대한 정신의 특징이다"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은 라신, 몰리에르, 파스칼에서 드러나는 프랑스적인 특징일 것이다. 프랑스어는 같은 말을 가능한 최소한의 발음으로 하려는 언어처럼 보인다. 다른 언어, 예컨대 독일어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배경으로 하는 것 같다. 즉, 말하려고 하는 내용을 모두 내놓아서 잘못 이해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모든 의미가 덧붙여져서 단어는 길어지고, 문장은 복잡해진다. 언어가 철학으로부터 규정된 것인지, 언어로부터 철학의 전개 방향이 정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과학 이론을 판단하는 기준도 프랑스 고전주의의 기준과 같다. 가능한 최소한의 전제나 가설로부터, 가능한 많은 현상을 설명할수록 좋은 이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지상과 천상의 두 영역으로 나누고, 불완전한 지상에서는 물체가 직선으로 움직이지만 영원한 천상에서는 완전한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고 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 법칙은 하나의 법칙으로 지상의 일과 천상의 일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뉴턴이 위대한 이유는, 과학 업적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과학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연과학 이론은 뉴턴의 전통을 이어받아 발전했다.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은 몇 개의 방정식으로부터 무수한 전자기 현상을 정확하게 묘사했고, 무수한 생명체들의 생존 방식 속에도 진화와 유전이라는 보편적인 원리가 존재한다. 빅뱅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표준 우주론은 우주의 팽창과, 원자핵이 합성되는 과정과,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배경복사라는 전혀 다른 현상을 모두 설명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물질은 백 가지 남짓한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는 사실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라는 세 가지 종류의 입자가 결합되어 있는 상태다. 원자에 대한 지식은 화학 법칙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져왔고, 원자핵을 연구함으로써 원자에 대한 지식은 더욱 풍부해졌으며, 쿼크의 존재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에 대해서 더 잘 알게 해주었다. 이런 지식의 끝에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있다. 표준모형은, 열 두 종류의 물질을 이루는 입자와, 네 종류의 입자가 전달하는 세 종류의 힘과, 우주의 진공상태를 결정하는 하나의 입자, 그리고 열아홉 개의 변수를 가지고 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이것이 현재 인간이 도달한, 가장 적은 수의 기초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어쩌면 이것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라는 경제성의 원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난 유추에서 대단한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자본과 비슷한 말을 고전주의의 미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문제에서는 '가능한 최소'와 '가능한 많은' 중의 어느 한 쪽에 방점이 찍힐 수 있다. 물리학 법칙에 대해서는 실험 결과와 일치하는가가 절대적인 기준이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이론이라 할지라도,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도 그렇다. 예를 들어 공공성이 강한 문제라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를 절대적인, 혹은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처럼.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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