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본 증시행
‘환율 공포’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그 동안 지수 상승을 견인해오던 자동차 정보통신(IT)주들이 휘청거리고 있고, 외국인들은 엔저 때문에 가격이 하락한 일본 주식을 사기 위해 국내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엔ㆍ달러 환율은 2년 7개월 만에 90엔대에 진입하면서 엔저 흐름을 이어갔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나홀로 약세를 나타낸 것. 올 초 2,03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현재(25일 종가 기준) 1,940선까지 밀려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환율 악재에 따른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로 코스피가 상승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국내 주력 수출업체의 4분기 실적이 원화 강세로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저환율을 우려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와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51.1%와 11.7%나 하락하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운수장비 업종은 최근 4개월간 시가총액이 34조원이나 증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해당 업종의 시총은 176조8,402억원에 달했으나 현재 19.2% 줄어든 142조8,258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기전자 업종도 최근 들어 낙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기전자 업종은 25일 2.19%나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현재수준에서 더 떨어지지 않더라도 올해 3조원이 넘는 환손실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시장에서 손을 털고 일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도 한국 증시에 부담이다. 일본 닛케이255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23.15%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48% 하락했다. 엔화 약세에 따라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국제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조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대 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