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시장을 양분하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하루 간격으로 실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누가 봐도 경탄할 만한 실적을 제시했다. 반면 애플은 2009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으로 주가폭락의 굴욕을 맛봤다. 성적이나 주가만 보면 삼성전자의 완승이다. 하지만 애플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는 '과도한 기대감', 애플은 '기대감 실종'의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최대실적 냈지만… 불안한 삼성모바일 의존 심화·환율 압박… 향후 성장성 우려
삼성전자가 25일 확정 발표한 작년도 실적은 이미 공개된 잠정실적과 같은 매출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165조원)은 21.9%, 영업이익(17조3,000억원)은 85.7% 증가했다. 4분기만 보면 56조600억원 매출에 8조8,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모두 사상 최고기록이다.
기록적인 실적은 '갤럭시'에서 나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매출은 108조5,000억원, 영업이익 19조4,400억원이나 됐다. 모바일기기만 매일 3,000억원 어치씩 판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5가 정면대결을 벌인 지난 4분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문제는 올해다. 워낙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라, 웬만한 실적으론 시장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연초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에 환율하락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에서만 3조원 이상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하락압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지난 4분기에도 환율로 인해 영업이익이 3,600억원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 전날보다 2.48% 떨어진 141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모바일 의존도가 너무 높아 자칫 스마트폰쪽에서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전체 실적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박헌석 동부증권 연구원은 "시장엔 삼성전자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 곤두박질… 체면 구긴 애플"혁신제품 계속 나오기 힘들다" 기대감 실종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혼쭐이 났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서킷 브레이커(일시거래중단)'까지 발동됐다.
이날 애플주가는 결국 12.35% 곤두박질 친 450.5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1일 705.07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4개월만에 36.1%나 폭락한 것이다. 시가총액도 4,230억달러로 같은 기간 2,000억달러 이상 사라졌다. 시총 1위 자리도 엑손모빌에 다시 내줄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전날 발표된 실적 때문이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54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으나, 순이익은 130억8,000만달러로 0.1% 증가에 그쳤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시장은 애플에게서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를 토대로 애플이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실적 성장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애플의 부진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심차게 내놓은 팀 쿡 CEO의 첫 작품인 아이폰5가 생각만큼 팔리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부품발주는 계속 줄어드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아이폰5가 문제가 아니라도 과연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도이치뱅크,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애플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투자회사 오라클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로런스 벨터는 "지금까지는 애플이 이기는 게임이었으나 이젠 삼성이 이기는 게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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