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A(27·여)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한 대학병원 의사라는 여성과 쪽지를 주고 받으며 친해졌다. 언니처럼 지낸 이 여성은 A씨에게 신창윤이라는 이름의 의사를 소개시켜줬고 두 사람은 곧 깊이 사귀게 됐다.
신씨는 얼마 안가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의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교수들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며 A씨에게 10여차례에 걸쳐 300만원을 빌린 것. "금방 갚겠다"던 신씨는 차츰 연락이 뜸해졌다. 신씨를 소개한 언니는 "바빠서 그렇다"고만 했다.
그러던 지난달 말 A씨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씨는 반기며 결혼을 약속했지만 다음 날부터 연락이 끊겼다. 카카오톡으로만 대화하던 언니도 답장이 없었다. 의심이 간 A씨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그런 의사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 2대로 두 사람에게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 남자에게 걸었던 전화를 끊자 언니의 휴대폰으로 연결됐다. 휴대폰 1대에 2개의 다른 번호를 등록해 쓰는 '투넘버 서비스'였다. 언니와 신씨는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
B씨는 2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30대 남성의 휴대전화 통신자료와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