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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함장… 해경 60년 만에 '금녀의 벽'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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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함장… 해경 60년 만에 '금녀의 벽' 깨다

입력
2013.01.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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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뱃사람들은 여성이 배에 타는 것을 금했다. 부정을 탄다고 믿은 탓이다. 해양경찰도 이런 잘못된 속설에서 오랫동안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은 해경이 여경에게 경비함정 근무를 허용한 것은 불과 10년 전.

방파제보다 높았던 ‘금녀의 벽’을 허문 이는 해양경찰청 고유미(34) 경정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여경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뒤따랐다. 2003년 여경 처음으로 경비함에 승선했고, 2008년에는 역시 여경 최초로 1,500톤급 부산해경 경비함 1503함의 부함장을 맡았다. 2009년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경호안전기획팀장, 2010년에는 부산해경 해운대 여름 해양경찰구조대장으로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그런 고 경정이 올해 다시 한번 ‘여경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번에는 함장이다. 해경청 대변인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27일부터 동해해경 1513함의 함장을 맡게 됐다. 해양경찰관과 전경 등 50여명이 근무하는 1513함은 해경 최대 경비함 삼봉호(5,000톤급)와 함께 교대로 독도 경비를 담당하는 1,500톤급 경비함이다.

고 경정은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경사 특채로 해경에 입문했다. 부산 영도의 집에서 창 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해경의 꿈을 키운 그는 해양대 재학 시절 자신이 ‘뱃사람 체질’이라는 점을 확신했다. 실습선과 컨테이너선을 타고 1년간 경험을 쌓으면서 단 한 번도 멀미를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함정 근무에 필수적인 항해사 자격증(3급)을 대학 때 이미 딸만큼 준비도 철저했다.

고 경정을 비롯해 여경이 경비함에서 근무하게 되자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별도의 침실이 만들어지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그는 경비함 근무 초기만 해도 “여자가 무슨 배를 타냐” 등의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장벽은 높았지만 고 경정은 이를 피하거나 돌아가지 않았다. 거친 파도에 남몰래 토하기도 하고 손가락이 잘린 선원을 구조할 땐 안타까움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해양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심사가 아닌 시험만으로 3계급을 승진해 11년 만에 경정이 된 초고속 승진 이력도 갖고 있다. 여성 해양경찰관 중 가장 계급이 높은 그는 첫 여성 총경의 꿈도 이어가고 있다.

미혼인 고 경정은 “승조원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여경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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