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다음달 위증죄로 재판을 받는다. 지난해 4월 학교 동창인 유모(55)씨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이 발단이었다. "음주운전으로 단속이 됐는데, 경찰에는 네가 운전을 했다고 얘기했다. 경찰이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해 달라"는 부탁 전화였다. 별 일이야 있겠냐며 안이하게 생각한 박씨는 유씨의 부탁대로 경찰에서 거짓 진술을 하고 법정에서도 위증을 했다가 기소됐다.
2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박씨와 같은 위증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람은 5,599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1,639명이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건수로만 보면 2009년 6,316명에서 2010년 5,701명, 2011년 5,480명으로 조금씩 줄어들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신의 재판에서 거짓말을 한 증인을 당사자가 직접 고소하는 사건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검찰이 직접 인지에 나서는 등 위증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새 법정에서는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판 검사들이 증인의 진술 도중에 공판 카드에 증언 내용을 기록하는 모습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법정 증언이 검찰이나 경찰에서의 참고인 조사 때 진술과 달라지면, 별도로 위증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일일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부장 양호산)가 지난해 12월 위증 혐의로 남대문 시장 상인 10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긴 것도, 공판 검사가 직접 인지해 수사한 경우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 임원들이 주주 총회장에서 시장 상인을 강제로 끌고 나간 폭행 사건 재판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상인 10명이 증인으로 나와 목격담을 밝혔는데, 검찰 조사 때와 다르게 입장이 바뀌자 이를 수상히 여긴 공판 검사가 위증 혐의 수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검찰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 사무실을 직접 압수수색 해 위증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뒤 증인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법원도 법정에서의 위증이 재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짓말이었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히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미 대법원은 2009년 양형기준을 통해 위증 범죄자에게 최고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또 단순 위증이 아니라 고의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거짓말을 하는 '모해위증'의 경우에는 가중 처벌해 최소 6개월에서 최고 4년까지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에서의 거짓말은 자칫하면 잘못된 판결로 이어질 수 있고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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