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초유의 불황 속 생존을 위해 국내 기업끼리, 혹은 해외 기업끼리 제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라이벌과도 기꺼이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도 빈번해졌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같은 제휴행렬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 특히 외국기업들의 합종연횡 가운데 일부는 '타도 한국'을 겨냥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휴흐름에서 소외되고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 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소니 닛산 NEC 등 민간기업들은 리튬이온전지 산업에 대한 대대적 통합에 착수했다. 닛산와 NEC가 공동 설립한 전지업체와 소니의 리튬이온전지 사업 부문(소니에너지디바이스)'이 연내 합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합의 타깃은 한국기업이다. 10년 전만 해도 2차 전지시장은 일본의 점유율이 90%에 달했지만 지금은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기업에 추월 당해 31%(작년 3분기)로 떨어진 상태.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의 리튬전지업체를 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분야에선 '국경을 넘는 적과의 동침'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최강의 일본 도요타와 독일 최고의 명차로 꼽히는 BMW는 24일 연료전지 시스템을 비롯해 스포츠카, 경량화 기술 등을 공동 개발하는 협약을 정식 체결했다. 앞서 연비가 높은 소형차모델이 전무하던 미국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소형차 라인업을 보강했다.
프랑스의 르노-닛산그룹도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다임러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닛산과 인피니티 차종에 벤츠 4기통과 6기통 엔진을 장착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대ㆍ기아차는 자의든 타의든 '나 홀로'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한 애널리스트는 "협업은 주고 받을 게 있을 때 하는 것인데 현대차의 경우 풀 라인업 구축으로 보완역할을 해줄 만한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삼성전자, SK텔레콤, CJ E&M 등 전자, 엔터테이먼트 등 이종 업체들과 협업관계는 유지하고 있을 뿐, 동종업체와 손 잡고 있는 곳은 없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얼마든 제휴와 협력을 하겠지만 현재로선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독자추진이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홀로'전략이 자칫 글로벌 제휴흐름에서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만 놓고 보더라도 충전 콘센트 등 수많은 부품을 대상으로 표준화 작업이 물밑 진행되고 있다"며 "신기술 연구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자사 기술의 표준화에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형식적인 제휴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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