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은 매달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를 받는다. 직급보조비는 대통령이 월 320만원, 장관(급) 월 124만원, 3급 월 50만원, 7급 14만원 등이다. 또 모든 공무원에게 매달 복지포인트 기본 30만점(1포인트=1원)이 주어진다. 명백한 급여 보조금이다. 민간 기업의 직급수당으로 보면 된다. 일반 직장인은 직급수당도 당연히 임금에 포함되는 만큼 소득세를 내지만, 공무원들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공무원 보조급여에 대한 비과세는 정당한 걸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여 성격이 분명한데도 공무원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건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금으로 지급되는 직급보조비와 가맹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 예산으로 매년 약 2조원을 배정하는데 전액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급여라기보다는 업무추진 및 복지후생비 성격이 강해 비과세 영역에 해당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직급보조비는 수십 만~수백 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사용처 제한 없이 쓸 수 있어 급여와 다름 없고, 복지포인트도 가맹점인 병원이나 리조트 등에서 얼마든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공무원에게만 특혜를 주는 셈이다.
이는 당연히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국세청은 민간 기업이 비슷한 목적으로 지급하는 직급수당과 복지포인트에 대해선 철저히 과세를 하고 있다. 때문에 사립학교 교사의 직급보조비는 과세 대상이지만, 공립학교 교사는 세금을 내지 않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업무추진비라면 사용처와 목적이 분명해야 하지만, 사용 후 영수증 증빙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급보조비를 모아서 룸살롱에 가거나 유흥비로 탕진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황당한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직급보조비 등에 대한 과세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바로 잡고 사용처 규명을 위한 영수증 증빙 절차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재정부는 국세청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도 8년째 뒷짐을 진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세청은 2005년 3월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의 경우 급여 성격이 있다며 재정부에 유권해석 질의를 했지만, 재정부는 지금껏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실은 "최근 재정부에 직급보조비 등에 대한 과세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직급보조비 등에 대한 과세가 세수 증진에 별 효과가 없는데다, 과세가 이뤄지면 공무원의 실 급여가 낮아져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재연 의원 측은 "세수 효과가 적다고 비과세 한다면 공무원은 전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결국 국세청과 재정부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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