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절 줄잇던 전문가 간담회 참석자 못구해 '가물에 콩나 듯'실·국장 서울출장 1주에 두세번 결재지연 등 행정 비효율까지영상회의·유비쿼터스 활성화"부처간 소통 장애 줄여야" 목소리… "국회 공무원 호출 최소화" 지적도
정부세종청사는 정부와 여당 간의 대립이라는 초유의 정치갈등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부분 완공돼 지난해 말부터 정부 부처 이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는 건설과정보다 더 힘들고 중요하다. 정부 기관 분산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고 이른 시일 내에 안착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나 전문가 등 정책 수립과정에 꼭 필요한 상대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어 벌써부터 정책수립과정에서 여론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요즘은 정권교체기여서 새 정책 수립이 별로 없어 문제점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과천 시절 자주 열리던 전문가 간담회조차 세종청사 이전 후에는 참석자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 개정안 통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택시산업팀'이라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구성원은 국토부 직원 세 명과 교통연구원, 교통안전공단·대전시, 충남도청의 대중교통 담당자 한 명씩 모두 7명이다. 문제는 전국 택시의 30%를 차지하는 서울시 담당자가 "세종시가 멀다"며 빠진 것.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더 자주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의 실ㆍ국장 등은 일주일에 2, 3 차례 서울로 출장을 가야 하는데 이동 중인 5, 6시간 동안 결재를 못하고 있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있지만 사무실에서만 유용할 뿐이다. 이동 중 전자결재를 하기 위해서는 태블릿PC에 전자결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 데 이를 활용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세종청사 입주 한 달이 지나면서 행정 비효율의 문제가 하나 둘 드러나자, 이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도 잇따르고 있다. 일차적으로 서울과 세종시 간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KTX를 이용해 이동하려면 오송역에 내려 세종청사까지 도착하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건설까지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만큼 지금이라도 당장 세종역사 건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행정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자는 제안도 많다. 우리나라가 모바일 데이터 통신의 선진국인 만큼 세종청사에 스마트행정의 새 시스템이 구축되면 관련 산업 진흥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성렬 경기도 부지사는 태블릿PC를 가지고 다니면서 외부에서 결제를 하고 있다. 김 부지사는 "태블릿PC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보고를 받고 결재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무원들이 사무실이 밖에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를 국회 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2년 전부터 강남과 영등포 등 수도권 거점 9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해 놓았다. 이곳에는 컴퓨터와 팩스 등 사무기기가 갖춰져 사무실과 동일한 근무 여건이 조성돼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국회에서 대기하는 시간 동안 통상적 사무 처리를 볼 수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행정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세종시 이전 공무원과 행정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권위를 내세우며 공무원들을 호출부터 하고 보는 식의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한국행정연구원도 2009년 공무원의 국회 출석 최소화를 제안한 적이 있다.
또 국회 세종분소 설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국토부의 한 국장은 "국회가 거의 매달 열리고 있고 회의 때마다 많은 공무원들이 국회에 출석하는 대신 국회의원들이 세종시로 내려올 수 있도록 국회 세종분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식 세종특별시장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가 행정 비효율 제거에 앞장서야 하는 막중한 해도 책임이 있다"며 "일차적으로 국정감사 때 참석시키는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관행적인 비효율을 먼저 줄이고 세종분소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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