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과거 경험상 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달성해야 한다. 저성장 고리를 끊어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한편, 경제 활성화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증세(增稅)나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금을 더 거두고 복지공약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2%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올해에도 본격 회복은 불투명하다. 지난해 기업의 투자 기피로 전년 대비 1.8%나 감소한 설비투자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추가경정예산 등 공격적 재정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에도 3%대 성장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342조원의 예산을 편성하며 가정한 성장률(4%)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성장률이 1% 하락할 때마다 세수(稅收)가 2조원 가량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복지공약 재원은커녕 기존 사업에 필요한 돈조차 확보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낮은 성장률은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70% 재건 공약도 위협할 수 있다. '성장률이 1% 상승하면 5만~6만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공식이 보여주듯이, '저성장'은 '저고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부실 확대 등 불안 요소도 ▲대기업 법인세 인상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 경제민주화 조치의 시행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당분간 경제민주화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은 성장률을 높여 경제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나 재벌 지배구조 개선 등은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성장 정책에 힘이 실리더라도, 복지 비중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질 게 분명하다. 복지 확대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상충된 요구를 조화하는 건 차기 정부의 중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준우 한밭대 경영학과 교수는 "복지의 수혜자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이 '복지 확대는 찬성이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반대한다'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일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국민 반발이라는 '양날의 칼'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