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와 두발ㆍ복장 자율화, 소지품 검사 금지, 교내 집회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의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학교현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진보진영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높였다"고 평가한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을 가속화했다"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 성향의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진퇴의 기로에 선 모양새다.
진보 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인권조례 공포 이후 학생인권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학생인권이 소중한 가치고, 학생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지시와 훈계, 체벌이 일상화했던 학교문화가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도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도입돼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학생인권의 가치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채 제도만 먼저 도입되는 바람에 혼란을 불렀다. 일선 학교에서는 인권조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채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시내 전체 중ㆍ고교의 90% 가량이 학칙에 두발제한 규정을 두는 등 인권조례를 따르지 않고 있다. 서울 학생 5명 가운데 3명은 인권조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학생과 교사 간에 인권과 교권의 대립적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아무리 지향하는 방향이 옳더라도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금 인권조례의 취지나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은 없다. 과거와 같은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학교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권조례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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