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를 두지 않는다.' 24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서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인선 코드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 후보자에 대해선 '법치' '청렴'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실세형' 또는 '2인자 스타일'은 분명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같은 '실세 배제'는 박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보여준 일관된 인사스타일이다. 김 후보자를 비롯해 대표적 탈박(脫朴) 인사였던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모두 '실세'와는 거리가 있다.
박 당선인 주변에선 "측근이 2인자나 실세로 떠오르면 예상 밖 인사로 힘을 빼버린다"는 말이 곧잘 회자되곤 한다. 한 곳에 너무 많은 힘이 쏠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2004년 이후 실세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한 인사를 찾아보긴 어렵다. 2005년 박 당선인의 대표 시절 친박계 핵심이었던 김무성 사무총장과 유승민 비서실장은 채 1년이 안돼 직을 떠났다.
최근 들어선 4ㆍ11 총선 당시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공천을 맡겼으나 이후 경선 캠프에선 역할을 주지 않았다. 경선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의 경우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가 '친박계 2선 퇴진론'으로 자진 사퇴한 뒤 현재까지 거리를 두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당선인의 이번 총리 인선을 두고 "베스트(best) 보다는 라이트(right)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능력이 최고인 사람보다 옳은 길을 걸어온 사람을 중용했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가 대선 캠프와 인수위를 거친 탓에 새 정부 첫 총리로서의 '감동'은 부족하지만, 소아마비를 딛고 헌법재판소장까지 올라 장애인들에게 '살아있는 신화'로 통하는 점을 높이 샀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자격 미달 논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잘 모르는 인사라도 한번 쓰면서 신뢰가 쌓이면 계속 중용하는 것 역시 이번 인선에서 드러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처음부터 총리를 염두에 두고 김 후보자를 영입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박 당선인의 신뢰가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인을 선호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 역시 재확인됐다. 김 후보자를 비롯해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경선과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이주영 의원 모두 판사 출신이다. 또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권영세 전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동시에 보안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 부합하는 직군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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