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과 24일 연이어 3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2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전날 외무성 성명에서 "핵억제력을 포함한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비핵화 거부 입장을 밝힌 것에 비해 미국을 향한 위협 수위가 한층 강화된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말로 할 수 있는 위협으로는 가장 수위가 높은 것 같다"며 "미국을 상대로 최고조의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2기 정부가 대화를 통한 대북관여 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는 만큼 핵실험을 담보로 윽박지르며 성의를 보이라고 따지는 듯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북한이 "큰 나라들까지 정신 차리지 못하고 미국의 전횡에 눌렸다"며 중국 정부의 중재역할을 부정하고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밝힌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핵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는 소형화가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달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도 성공하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2009년 2차 핵실험에 비해 폭발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1ㆍ2차 핵실험과 달리 고농축우라늄(HEU)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북한은 HEU 확보를 위한 다량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EU 핵실험 방식은 플루토늄 방식에 비해 제조와 은닉, 수송이 용이해 핵확산을 차단하려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또한 HEU 방식은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폭탄 제조의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위협은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될 수 있다.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안보리 결의 등으로 어차피 대북 대화국면이 중단된 만큼 북한은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서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미국과의 군축협상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반면 당장 핵실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김용현 교수는 "경제개선을 위해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북한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무리수를 둘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도발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글린 데이비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 우리측 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실수"라며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고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된 만큼 북한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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